미국의 언론학자이자 미디어 이론가의 최근 저작 《디지털 디스커넥트》는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최근 20여 년에 걸쳐 변화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다루고 있다. 미디어는 자본의 사유화 욕망이 관철되고, 소비자의 정보가 상품화되며, 광고의 경제학이 지배하는 철저한 이윤과 경쟁의 공간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미국에서 인터넷은 민주적이고 자율적이며 사회적인 대중 소통의 공간이 아니다. 국가 권력 또한 이 공간을 상대로 강력한 통제의 활동을 조직적이고 일상적으로 펼친다. 대중들의 의사와 표현을 검열하고 사생활과 프라이버시를 통제하며 궁극적으로 민주적인 여론과 진보적인 정치의 가능성을 폐쇄하려는 조치들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자본의 욕망과 국가권력의 의지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과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화제가 되었다. 각종 미디어는 정부 검열과 감청 문제를 언급하며 카카오톡을 도마에 올렸고, 곧 카톡 이용자들은 너도나도 ‘사이버 망명’을 외치며 텔레그램으로 갈아탔다. 사이버 공간은 상품경제에 더욱 깊숙이 포섭되고 있는 중이고, 민주주의의 강화와 진보정치의 구성에 기여하는 만큼이나 국가의 감시 통제, 전체주의적 정보 집적의 채널로 변질되고 있다.
구글 검색과 위키피디아,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같은 새로운 매체는 한국 사회를 들뜨게 했던 게 사실이다. 사실 최근 10여 년 동안, 여러 학자들이나 언론인, 인터넷 평론가들은 너도나도 인터넷 매체와 소셜네트워크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위기에 빠진 저널리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았기에 조금은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로버트 맥체스니 교수는 탈출이나 망명, 시스템으로부터의 단절 또는 체제와의 절연을 선언하지 않는다. 정치적 냉소주의도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글로벌 자본주의 제국 바깥에 머무는 일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프로젝트이듯이, 자유로운 디지털 세계가 자본과 권력이 지배하는 영역 바깥에 있을 거라는 소망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과도 같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재의 권력 시스템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는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책임 있는 답안으로서, 인터넷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을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정치적인 개입 활동을 제안한다.
Contents
한국어판 서문
머리말
1. 디지털이라는 방 안에 있는 코끼리
2. 벼랑 끝에 몰린 자본주의
3. 커뮤니케이션 정치경제학과 인터넷
4. 공룡들은 어디를 배회하고 있는가
5. 인터넷과 자본주의, 국가
6. 저널리즘의 운명
7. ‘디지털 혁명’은 과연 혁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