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문학예술》 신인상으로 등단한 박영자 시인의 디카 시집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순간을 포착하고, 간결한 형식의 시를 더한 형태의 시집이다. 솜씨 좋은 전정사의 손을 거친 듯 일체의 췌사(贅辭)를 걸러낸 간결한 시 형식에 따른 여백미와 함께 읽을수록 석류와 같은 맛이 새록새록 배어 나오는 것을 절감할 수 있다. 한시(漢詩)나 전통 시조 창작 방법의 하나인 선경후정(先景後情), 먼저 시원한 여백을 중심으로 명징한 이미지를 제시한 다음, 읽는이들의 마음속에 간절한 의미를 새겨놓는 방법으로 쓰여지는 시의 미학을 한껏 보여주는 시집이다. 시인의 삶을 새롭게 하는 일상의 발견 외에도, 저자가 1980년 5월을 함께 겪으며 견딘 고뇌와 아픔이 간절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전남여고 문인회’ 화장을 역임했고, 현재 ‘광주 5·18청소년 오케스트라’ 대표로 일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어머니의 베북」, 「벚곷의 하모니」, 「피아골의 그림자」 등 87편의 디카시들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