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이자 국문학자인 정혜경 교수의 두 번째 비평집이다. 첫 비평집『매혹과 곤혹』이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끊임없이 행위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문학의 윤리를 파악했다면, 이번 비평집은 ‘백수’를 핵심 키워드로 하여 2000년대 한국 사회와 우리 문학이 어떤 관계를 지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수는 실업자 및 미취업자를 가리키는 말로, 많은 숫자가 확보되어 있으나 사회의 중심 척도에 놓여 있지는 않다. 비록 자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뒤처져 있는 사람들이지만, 바로 이들의 존재를 재구성함으로써 독특한 문학적 성찰을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은 2000년대 한국 문학의 화법이 ‘수다’와 같다고 표현한다. 백수들이 내뱉는 말들은 가볍고 유희적인 수다에 가깝다. 사회의 중심이 되는 주류 가치들을 조잡한 이야깃거리, 불명확하고 가벼운 잡담으로 만든다. 그러나 이렇게 쓸데 없어 보이는 수다가, 정형화된 잣대나 평가의 기준을 모호하게 바꿈으로써 생각의 전환을 유도하고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다양한 쟁점과 이슈를 통해 한국문학을 집중 조명함과 동시에 근대적 모순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함을 주장한다. 나아가 텍스트의 구조를 정확히 분석하고 참신한 언어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였으며, 최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Contents
프롤로그
1부
메멘토 디스토피아Memento dystopia
2000년대 가족서사와 다문화주의의 딜레마
이 시대의 아이콘 ‘청소년’(을 위한) 문학의 딜레마
닫힌 결말 속의 인공낙원
‘그녀’가 팩션faction에 등장하는 두 가지 방식
여성수난사 이야기와 탈脫국경의 상상력
2000년대 연애서사의 문제적 지평
백수들의 위험한 수다
2부
소설 형식의 시국선언과 기억의 윤리
: 공지영의『도가니』
기록하는 세헤라자드와의 비극적 연애
: 심윤경의『이현의 연애』
그들의 애도mourning, 웃음의 윤리
: 윤성희의『웃는 동안』
달콤한 게릴라의 ‘다시 쓰기re-writing’
: 정이현론
미궁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질주
: 박성원의『우리는 달려간다』
서울, 2007년, 당신들의 천국
: 천운영의『후에』
비루먹은 신화, 되살아나려는 신화
: 손홍규의『이무기 사냥꾼』
‘비틀’거리면서 ‘꿈틀’거리는, 여기
: 한창훈의 나는 여기가 좋다
쓰면서 지워지거나 혹은 죽거나
: 김태용의『포주 이야기』
‘목요일’로 가는 우회로迂廻路
: 조해진의『목요일에 만나요』
Quick, Quack, Quixotism, Question?
: 윤고은의『Q』
3부
딜레마의 미학
병든 시대를 겨냥하는 역설
소설의 체위, 시대의 체위
사막과 바다의 접경을 보았던가
냉혹과 곤혹
가족 바깥의 다른 가능성들
‘무표정’의 문학사회학적 상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