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우리의 감정은 희로애락 같은 이름으로 단순하게 정리되지만 문학에서는 그렇지 않다. 문학은 “슬프다”라는 단순한 진술 대신 “나는 웃다 말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은 끝없이 나왔다. 재준이가 죽고서도 이렇게까지 울어 본 적은 없었다. 한밤중에 이상한 브래지어에 팬티를 걸친 채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이경혜,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중에서)처럼 은유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묘사를 통해 슬프다는 감각을 보여준다. 우리가 느끼는 슬픔은 ‘슬픔’이라는 이름으로 동일하지만, 저마다 ‘슬픔’의 감각까지 같지는 않기에 문학의 언어는 기존의 앙상하고 비좁은 이름에 깊이와 다양함을 만든다.
‘슬픈 거인’은 클로드 퐁티의 그림책 『나의 계곡』에 나오는 캐릭터로, 큰 몸집 때문에 아이들의 집이자 놀이터인 집나무에 들어갈 수 없는 존재다. 부러움과 열등감 같은 감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거인. 그러나 저자 최윤정이 담아내고 있는 ‘슬픈 거인’은 클로드 퐁티가 그려낸 문학적 존재에서 더 나아가 우리를 어른과 아이의 혼재 상태인 존재로 다시 호명한다.
그 호명을 통해 슬픈 거인이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 속에 그 거인이 있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가령, 나와 아이를 구분하기 위해 애쓰지만 결코 분리되지 않는 ‘부모’처럼 말이다. 우리는 진짜 아이를 낳았어도, 낳지 않았어도 누구나 자기 자신을 기르며 살아가는 ‘부모’가 된다. 그런 인간의 삶에서 어린이문학은 우리 안의 아이, 우리 몸 밖의 아이가 책 속에서 다양한 사건과 감정을 경험하면서 성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미성년들에게 세계는 두렵고 불안하기 그지 없다. 동화와 청소년 소설이 교육적인 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이 될지 잘 알지 못하는 상태로 막막하게 살아가는 성장기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괜찮다고 말해 주는 것이 어린이?청소년 문학이다.’ -『슬픈 거인』 서문에서
Contents
서문
1.아이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내가 어른인 것
배려의 문학
아이와 어른 그 사이
: 어른이 아이에게
: 아이가 어른에게
아이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혼란 속에 흔들리며 피는 꽃
2.어린이문학 속의 페미니즘
남자 편 할래, 여자 편 할래?
동화 속의 남녀 불평등
동화 속의 남녀 평등
우리 창작 동화 속에 나타난
여자 어린이의 현실
어린이 책 속의 페미니즘
: 굳센 여자 섬세한 남자
: 가장 좋은 신랑감을 찾아서
: 너희들은 돼지야
: 도대체 아빠들이 왜 필요한 거예요?
화성인의 오독에 대한 금성인의 관심
동화 속의 이혼
3.흑과 백, 그리고 그 사이
애매한 목소리, 모호한 희망
편 가르기, 무엇이 문제인가?
웃으면서도 생각할 수 있다
좀 다른 이분법
4. 애니메이션 세계 명작, 무엇이 문제인가 -『아기돼지 삼형제』의 경우
: 시작하는 말
: 엄마돼지와 아기돼지
: 아기돼지 세 마리의 성격 차이
: 늑대의 출현
: 속임수의 힘
: 두루뭉수리한 해피 엔딩
: 늑대를 잡아먹는 아기돼지
: 끝맺는 말
5.다이제스트, 무엇을 어떻게 줄이고 있나?- 『피노키오』의 경우
: ‘완역’이 의미하는 것
: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와 완역 『삐노끼오의 모험』1,2
: 말하는 나무토막, 피노키오의 전신
: 성격 없는 피노키오
: 파란 머리 요정, 영원한 모성
: 교훈도 살고 작품도 살고
: 기계적 축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