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수많은 차별의 원인을 살펴보며, 차별의 ‘선’을 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다. 다수 안에 안주하거나 참아 내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가 되어 보자는 것이다. 소수자가 되는 실험은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지게 하고, 내게 없는 능력을 배우게 하여 더 풍요로운 삶과 세상을 그려 갈 수 있게 해 준다. 철학과 예술을 넘나들며 공부해 온 권용선 선생이 지난 몇 해 미국에서 살면서 체감한 소수자문제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정상, 평균, 다수라는 이름으로 ‘다른 것’을 배제하거나 동화시키려 하는 차별의 기제를 십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들려준다. 백인 원어민 선생님을 대할 때와 이주 노동자를 대할 때 우리의 태도는 왜 다를까? 우리 안에 ‘백인이 문명’이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만이 ‘정상’이라며 비혼자나 성소수자를 비정상이라 차별하는 시선은 어떨까? 저자는 가족의 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현실과 인류 역사에서 보면 핵가족제도와 나이에 따라 어린이, 청소년을 구분하는 것도 백 년도 안 된 ‘최신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처럼 상대적인 정상과 비정상, 평균 등의 기준이 차별로 이어지는 근원에는 다수와 권력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통찰이다. 바퀴벌레는 인간보다 다수이지만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생명을 좌우할 수 없는 것처럼, 다수가 곧 권력은 아님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어린이, 노인,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장애인 등은 권력이 된 다수가 단지 존재의 ‘다름’을 이유로 약자와 소수자로 정의한 것이고 이는 다름, 개성과 자유를 없애고 같게 하려는 힘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따라서 소수자로 살아 보는 것은 되려 우리 삶을 새롭고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활발한 페미니즘 운동을 비롯해, 차별받아 온 약자와 소수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면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이러한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데 『차별한다는 것』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어른들 역시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을 약자의 위치에 그저 묶어 두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약자가 왜 또 다른 약자를 괴롭히거나 자신의 처지와 상반되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다양한 질문을 함께 나누어 보기를 기대한다. 노석미 화가의 단순하면서도 함축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 이해를 돕고 읽기를 즐겁게 해 준다. 십대를 위한 인문학,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의 열일곱 번째 책이다.
Contents
기획자의 말
완득아, 놀자!
낯선 얼굴과 만나다
정상과 비정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다수와 소수, 그리고 약자와 소수자
완득아, 2+2는 뭐지?
Author
권용선,노석미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인하대 국문과에서 「1910년대 근대적 글쓰기의 형성과정」이라는 제목으로 박사논문을 제출함으로써 긴 제도권 수업시절을 마감했다. 몇 해 전,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계몽의 변증법』을 리라이팅한 『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이라는 책을 낸 바 있고, 그 밖의 저서로 『문학의 외부, 근대적 글쓰기의 탄생』, 공저서로 『들뢰즈와 문학기계』,『‘소년’과 ‘청춘’의 창』, 『문화정치학의 영토들』 등이 있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인하대 국문과에서 「1910년대 근대적 글쓰기의 형성과정」이라는 제목으로 박사논문을 제출함으로써 긴 제도권 수업시절을 마감했다. 몇 해 전,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계몽의 변증법』을 리라이팅한 『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이라는 책을 낸 바 있고, 그 밖의 저서로 『문학의 외부, 근대적 글쓰기의 탄생』, 공저서로 『들뢰즈와 문학기계』,『‘소년’과 ‘청춘’의 창』, 『문화정치학의 영토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