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선택

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타고난 소질이 있다거나 문학적 전문성이 있는 사람만이 글을 쓰는 줄 알았는데, 내가 이렇게 책을 내다니 참으로 ‘우연’이다. 「글의 세계」에 단골 투고인이 되면서부터 어느새 책 한 권의 분량이 된 것 같다. 이번이 두 번째다. 새로 책을 낼까 하다가 지난번 책과 합본하였다.

수필은 靑瓷硯滴이라 했는데 연적은 글씨를 쓰기 위해 먹을 갈 때 물을 담아 두는 그릇이다. 물을 담아 두듯이 생각을 담아 두어야 하기 때문에 일상을 살면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살다 보면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깊은 통찰이 없이 지나간 무심한 삶도 지나 보면 달관의 이해로 가슴에 남게 되는 수도 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매순간, 매상황마다 부딪히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성장과 성숙의 길을 밟는다. 때로는 확 트인 등산로를 갈 수도 있고, 때로는 우거진 숲속을 헤매는 시련을 겪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어느 경우나 심경에 부딪히는 느낌이 있다. 잔잔한 호수이거나 출렁이는 파도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문학 장르 중에서 수필은 별로 꾸밈이 없고 담담하게 마음가는 대로 따라가는 마음의 산책이라 한다. 붓 가는 대로 써 가는 허허실실의 길이다. 특별한 기교나 문학 형식의 속박에서 벗어나 편하게 느낌을 적어 나가다 보면 잔잔한 공명으로 연결되는 것이 수필이 아닌가 한다.

누구나 나름의 꿈과 목표를 위해 열심히 살다 보면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만남이 있고, 기쁨이 있고, 슬픔도 있고, 그런 애환들이 우리들의 삶이고, 그래서 우리 인생이 아름답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마치 캔버스 위에서 화가가 다양한 색깔과 붓질로 파괴와 창조를 거듭하면서, 방황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 듯이 말이다. 무엇을 했는가? 뒤돌아보니 아득하고 먼 길을 온 것 같다. 겨울 산언덕에 싸락눈을 맞고 있는 기분이다. 이 한 권의 책이 내 인생의 추억으로 흔적으로 남아 나의 위안이 될 것으로 믿으며, 또한 손자손녀들이 이 책 속에서 할아버지를 볼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