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사상, 사상의 육체

1930년대 중반에서 해방 직전까지 김남천의 비평적 실천과 이론들을 일정한 관점에 따라 재구성하여 그의 독창성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김남천의 비평텍스트에서 「리얼리즘」이라는 용어를 괄호 치는 지적 모험을 감행한다. 「리얼리즘」은 김남천의 비평 텍스트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용어임에는 틀림없으나 「리얼리즘 일반(보편자)」을 고정불변의 원리나 기준으로 놓고 김남천의 비평 텍스트를 재단하거나 해석하는 것보다 김남천이 「리얼리즘」이라는 용어나 관념 안에 어떠한 실질적인 관념을 부여하려 했던가를 따지는 편이 그의 비평 텍스트가 지닌 독창성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유력한 방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설적이지만 이 책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김남천이 전개한 리얼리즘론의 성과와 한계를 가리는 것과는 거의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