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람의 예상 수명을 정확히 맞춘다면? 달리 말해서, 그 사람이 언제 죽을 것인지를 두고 사람들이 돈내기를 했다면? 저자가 소개하는, 오늘날의 경우라면 상상하기 힘든 서양의 근대 역사에서 유명 인사의 수명 예측을 ‘돈벌이’의 아이템으로 만들어 등장한 톤틴(tontine)의 사례를 통해서 독자는 보험의 세계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보험의 원리가 예나 지금이나 그 외형만 살짝 바꾼 채 오늘날까지 무법과 탈법의 경계 지대에서 여전히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미드’의 대표작인 [CSI 마이애미]와, 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아이돌 걸그룹 등을 예로 들면서 보험의 원리를 독자들에게 설명해준다. 이로써 독자들은 보험의 출발이 ‘도박’과 멀지 곳에서 출발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험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저자가 안내하는 영화를 실마리로 삼아 다양한 보험의 세계를 확인하고 학습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자살”과 “생명보험”은 각종 미디어의 사건사고 코너에서 어렵지 발견할 수 있는 보험의 어두운 그늘을 대변하는 단어들이다. 저자는 실제의 경우보다 더욱 극적인 영화를 통해서 독자들을 보험 세계로 안내한다. 가족을 위해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자동차사고를 내고 자살하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담은, 퓰리처상과 토니상 수상작으로 유명한 [세일즈맨의 죽음],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주인공이 초등학교 ·1학년 자식에게 사망보험금 10억 원을 남기기 위해서 죽을 짓만 골라한다는 [이대로 죽을 순 없다]에는 생명보험의 세계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독자들은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코미디영화(자고나면 항상 같은 날짜를 살게 되는 보험 중계인의 일상을 그린, 미국영화협회(AFI) 선정 판타지 분야 10대 영화에 포함된 [사랑의 블랙홀])에서부터,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돈내기를 하는 심각한 반전영화에 가까운 작품([디어헌터])까지, 저자가 두루두루 섭렵한 영화를 따라가면서 보험의 세계로 한 발짝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SF([그래비티], [쥬라기공원]), 코미디([사랑의 블랙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하면 된다], [신을 고소한 사나이]), 스릴러([올드보이],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이중보상]), 서스펜스([CSI],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메멘토]), 휴머니즘([세일즈맨의 죽음]) 등을 포함해서, 나아가 [디어 헌터]의 러시안룰렛 장면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이 책에서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영화는 30여 편이 넘는다.
재미뿐 아니라, 책 곳곳에 실린, [보험계약의 이해관계자], [재보험이란 무엇인가], [보험모집이란 무엇인가], [경추염좌의 유래], [젊은이를 위한 보험전문인 설명] 등의 박스 기사는 독자들에게 전문적인 보험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에 도움을 제공한다. 그 가능성만 따지면 자동차를 모는 모든 운전사에게 해당하는 접촉 사고에 으레 딸려오는 ‘경추염좌’ 관련 내용은, 특히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보험업계의 특징을, 한 가족의 ‘고스톱’ 치는 장면으로 설명하는 대목은 이 책이 지향하는 학습성 제고와 가독성 제고의 목표를 대변한다. 영민한 독자라면 놓치지 않을 부분이다.
Contents
머리말
제1장 숨겨진 보험 원리
그래비티_무엇이든 보험이 되나?
삼총사_ 공평하지 않으면 뭉칠 수 없다
로이즈 오브 런던_죽느냐 사느냐, 정직이 문제로다
CSI 마이애미_ 도박과 보험의 경계
제2장 이론에서 현실로
올드보이_ 오리지널과 가리지널
How much your life worth?_ 당신의 생명은 얼마짜리?
서바이벌 게임_ 무보험자의 변명
제3장 춤추는 보험모집
사랑의 블랙홀 & 시다 래피즈_ 보험모집의 두 얼굴
수상한 고객들_ 불완전판매란 놈
제4장 끝없는 숨바꼭질, 보험사기
이중보상 &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_ 팜므 파탈
하면 된다 & 킬러 조_ 막가파 가족사기단
헨리스 크라임_ 본전 심리
KBS TV 뉴스 (2014년 7월 30일)_ 자업자득
세일즈맨의 죽음 & 이대로 죽을 순 없다_ 자살과 생명보험
제5장 만병의 근원, 정보의 비대칭성
쥬라기 공원_ 소심한 보험, 담대한 결과
천국으로 가는 여행 & 메멘토_ 믿기 어려운 이유
레인메이커_ 부실보험사, 불량상품
제6장 남(男)과 여(女), 생(生)과 손(損)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 푸르덴셜생명 광고_ 천양지차天壤之差, 과유불급過猶不及
신을 고소한 사나이_ 생명보험과 손해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