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다시 쓰는 중국 선의 역사

『새롭게 다시 쓰는 중국 선의 역사』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개설서나 입문서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인과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쉽게 한 간략한 개설서임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이후 축적된 선종사에 대한 연구 성과들을 총망라하여 종합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선종의 사산적 기원에 대해 초조(初祖)인 보리달마보다도 혜가를 비롯한 제자들의 활동을 중시하는 한편, 선종의 등장이 당시 중국 불교계의 내적 욕우에 부응하는 필연적인 일이었음을 강조한다. 또한 초기 선종의 흐름이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여러 집단들로 구성되어 있었음을 밝히면서 보리달마에서 5조 홍인 및 그 문하로 이어지는 단일한 계보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아울러 후대 선종에서는 무시되어버린 북종과 우두종, 정중종 등의 흐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면서 종래 남종의 사상적 특성으로 이야기된 돈오 사상과 「금강경」에 대한 중시가 이미 이들 종파에서 나타났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일반인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선종사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는 것이긴 하지만, 이러한 설명들을 통해 비로소 전통적인 선종사의 이해에서 벗어나 선종이 실제로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