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사실 현대인들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자신도 모르게 글을 읽고 쓰는 데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부터 시작하여 트위터, 페이스북, 자신의 홈페이지, 이메일 등에서 우린 너무도 많은 것들을 읽고 쓴다. 그것이 일정한 이슈에 대한 의견의 피력일 수도 있고 그냥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의 교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읽기와 쓰기의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습득하고 그것에 자동화되어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한 읽기와 쓰기가 자신 혹은 타인의 삶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이기에 우린 누군가와 늘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신을 드러내거나 혹은 자신을 철저히 숨긴 채 스마트한 시대의 ‘새로운 문자 인간’으로 살아간다.
현대인들의 이러한 모습은 러시아 출판 문화가 대중화되어 과거보다 더 많은 이들, 특히 인텔리들이 광범위한 독서에 노출된 19세기 러시아의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 도스또옙스끼의 주인공들은 바로 '선천적으로 타고 난' 리터러시를 가지고 늘 읽고 쓰고 말하고 누군가와 소통을 꿈꾼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소외당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유일한 소일거리인 독서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발견하고 상처를 치유받기도 한다. 본 연구서는 바로 이러한 도스또옙스끼의 주인공들의 리터러시가 그들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그들의 독서와 글쓰기의 양상을 살피고 그러한 과정에서 그들의 상처가 어떻게 치유되는지 추적하기 위해 쓰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