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우주시대에 우주문학을 제창한 시인이 드디어 나타났다. 바로 김영산 시인의 산문집 [시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도서출판 b)가 그것이다. 그가 산문에서 “시의 장례는 지구의 장례요, 지구의 장례는 우주의 장례요, 우주의 장례는 우주의 혼례요, 우주의 혼례는 시의 혼례다!”라고 하는 걸 봐서, 시의 장례와 혼례는 하나라는 걸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 산문집의 주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서정의 반성’이란 소제목으로 21편의 산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4부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그는 ‘서정의 반성’을 통해 자신과 한국시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통해 새로운 시에 대한 모색을 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사실 우주문학론, 우주문학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김영산 시인의 고군분투한 흔적이 이 산문집 곳곳에 배어있는데, 어려운 우주론을 쉽게 여러 시와 곁들어 얘기하는 게 이 글의 특장이라 할 수 있다. 세계문학 오천 년, 민족문학 이천 년이 다 된 인류는 이제 좀 더 큰 우주문학을 펼쳐갈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구는 이미 영상 시대이고, 문학이, 시가 우주로 힘차게 나아가는 길만이, 시의 장례를 치러서라도, 시의 살 길이라고 김영산은 생각하는 것이다.
우주문학론이란 개념이 아직 화두에 머물고 있을지라도, 그것이 의미 있는 점은 세계 최초로 우리문학이 시조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김영산이 고민하는 것은 우주 서정, 우주 서사, 우주 사랑의 내용을 통해 우주 형식을 찾는 것이고, 그것이 죽음의 형식일지라도, 역설적이게도 시에 있어서는 삶의 형식이기에, 우주 형식의 뼈대에 살을 붙이고 피돌기를 하는 지난한 작업을 그는 진행 중인 것이다.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시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시와 소설뿐만 아니라, 인류가 만든 모든 문학 장르를 대통합할 수 있는 시설문학(詩說文學)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Contents
ㅣ책머리에ㅣ 5
ㅣ후기ㅣ 시별을 찾아, 우주문학론을 위해 193
제1부
서정의 반성 1-내가 한 말로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침묵하라, 시여! 15
서정의 반성 2-한국시의 대중성 25
서정의 반성 3-한국시의 실패와 자부심 35
서정의 반성 4-오규원 시인의 그녀 43
서정의 반성 5-시설론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