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0월 유신’ 혁명 50년이 되는 해다. 50년을 넘어선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10월 혁명 정신이 역사가 되기에 충분함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 속 박정희시대의 해석은 언제나 팽팽한 거문고의 현처럼 평행선의 연속이었다. ‘사실의 시간이란 선線’과 그 선을 둘러싼 ‘의도 된 거짓 덩어리 선’의 팽창. 그리고 ‘의도 된 거짓 덩어리 선’에서 내뿜는 소음은 치명적이었다. ‘반민주·독재’라는 프레임과 함께 박정희시대의 성과를 철저히 외면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우리는 새마을운동 성공, 과학 기술 입국 성공, 중화학공업화 성공, 자주국방 확립 등의 대역사를 이루어 낸, 10월 유신이 만들어 놓은 결과들을 바탕으로 현재를 딛고 너머의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다. 시간마다, 거리마다 불쑥불쑥 박정희 대통령의 숨결이 가득하고 생생하지 않은 곳이 없다.
17명이 들려주는 박정희에 대한 논쟁적인 대서사!
이 책『숨결이 혁명 될 때』는 그런 박정희정신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담았다. 편향되지 않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청소년을 비롯해 청장년들도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 형태의 책이다. MZ 세대는 결코 겪어보지 못할, 인간의 작은 존엄성마저 내던지게 만들던 굶주림의 그 시대를 통과해 어떻게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리얼하게 그려 낸 입체적 글 18편(17명)을 한데 모았는데 한 편 한 편의 글들은 매우 흥미롭다. 저자들 개인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시대의 상처와 혼란 그리고 존재의 성장통을 풀어내면서 박정희시대와 함께한 긴장감이 스며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자 이영훈·좌승희 박사에서부터 MZ 세대 저자들, 그리고 “박정희가 죽었다!”며 큰소리로 축배를 들었던 586 운동권 출신 등 상상을 초월한 저자들의 조합이 형상화한 삶의 역사는 마치 편집되지 않은 흑백영화처럼 다가온다.
이 책은 그래서 단박에 읽을 수 있지만 다시 한번 처음부터 정독하는 것으로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책을 덮는 순간 시간이 정지 되고 온 세상이 텅 빈 듯한 느낌이 전율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흐릿해진 역사 인식을 바로잡고 제대로 된 인물 평가는 물론 제2의 혁명가를 바라는 시대의 절실함에 부합하는 열망이 왁작해진다.
그리고 이 시대의 마지막 질문과 명징한 답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유신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는가?”
“그렇다.” - 김형아 교수『박정희의 양날의 선택』(일조각, 2005)
“경제발전을 뒷받침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변질되거나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면, (유신 선포가 없었다면) 1970년대의 한국은 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요사이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에는 성공했지만, 민주주의에는 실패했다고 말한다. 박 대통령 아래서 장관을 지냈던 이들조차 공개적으로 중화학공업과 유신 개혁을 별개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중화학공업화가 유신이고, 유신이 곧 중화학공업화다.’ 그게 진실이다. 하나 없이는 다른 것도 존재할 수 없었다. 중화학공업이 성공한 것은 그게 굴러가도록 박 대통령이 국가를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유신이 없었다면 국가 훈련은 없었다. 이걸 무시하는 건 비양심적이다.”
- 오원철
유신 개혁에는 또 다른 차원이 있다. 앞서의 기능적 역할과 정치경제학의 철학 외에 대한민국적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린 혁명적 시도라는 게 이 글의 시각이다. 그래서 유신은 미래 가치에 속하며, 지금도 국가 경영과 사회 운영에서 영감의 원천이다. 영국 수상 마거릿 대처와도 비슷했다. ‘영국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가졌던 대처는 “나의 목표는 영국인의 마음과 영혼을 바꾸는 것”이라며 영국병 치유에 매달렸다. 박정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퇴영과 조잡과 침체에 빠진” 한민족의 한계를 몰아내려고 5·16을 일으켰고, 그 가능성을 1960년대 실험한 뒤 “유교적 명분론에 빠진” 한국병을 모두 몰아내려고 유신을 단행했다(‘1972년 유신에서 대한민국은 무얼 배울까’). - 조우석
10월 유신은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물적 유산이 빈약한 가운데 국제 시장의 환경 변화를 맞아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의 수출로 도약을 시작한 한국경제가 어느 단계에서 추가적인 도약을 위해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그것이 없었더라면 오늘날과 상이한 형태와 수준의 국가 경제가 불가피했던, 그런 점에서 그 현명함이나 어리석음에서, 그 용감함이나 비겁함에서, 그에 대한 협력과 저항에서, 그 시대의 인간들이 그 역사적 공과를 함께 나누어야 할 정치적 변혁이었다. - 이영훈
Contents
여는 글 6
1부 폭풍 속의 그 사람, 박정희 · 10
벽과 선을 넘어 │조우석 13
싱가포르 리콴유에게 말 걸기 │조우석 31
82년생 북한 김지영의 꿈 │김다혜 47
전라도 광주 사람으로 살아가기 │주동식 63
무지無知의 대가代價 - 우리는 우리가 누군지 모른다 │한민호 87
2부 다시, 혁명 앞으로 · 108
박정희식 넛지Nudge │허현준 111
선물 │허화평 135
과거와 미래는 현재에서 만난다 │이서윤 155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 │신승민 177
필연적인 혁명이야기 │이지현 197
광화문 연가緣家 │김성훈 219
3부 숨결이 혁명 될 때 · 236
쓸모 있는 경제학 이야기 │좌승희 239
부재不在의 존재存在 │고성국 265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배진영 285
아주 오래 된 청년의 꿈 │변희재 301
숨결이 혁명 될 때 │최대집 319
고독한 혁명가 │홍문종 339
10월 유신의 새로운 이해 - 경제사 관점에서 │이영훈 357
닫는 글 · 385
이 책의 저자들 · 388
부록 │5·16에서 10월 유신까지 한눈에 읽는 박정희 18년 역사 392
Author
조우석
1956년 충남 천안 출생으로, 언론인이자 문화평론가다.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27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해왔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 문화부 기자에 이어 [문화일보]에서 북리뷰 팀장과 문화부장을 지냈다. [중앙일보] 출판팀장과 문화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음악, 미술, 연극 등 문화의 거의 모든 분야를 훔쳐볼 수 있는 행운 덕에 대표적인 ‘문화통 기자’로 꼽혀왔다. 2010년 서울언론인클럽 신문칼럼상, 2008년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평론상을 받았다. 2015~18년 KBS(한국방송공사) 이사로 일하며 사회 모순과 현실을 비판해왔다. 30년 넘게 한국 사회 교육 문화 언론을 지배해온 문화권력 3인방 백낙청·리영희·조정래를 분석한 책을 펴내는 것도 그 맥락이다. 좌파 세계의 뿌리이자 몸통인 그들을 정리해야 이 나라가 선진화로 갈 수 있다고 믿는다.
클래식·국악·재즈 등 음악 전반에 관심이 많으며, 미술·사진·출판 등 인접 장르에도 두루 밝다. 현재 중앙일보 산하 법인 중앙북스에서 일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박정희, 한국의 탄생』 『나는 보수다』 『책의 제국 책의 언어』『배추가 돌아왔다』『한국사진가론』 등이, 옮긴 책으로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Are You Happy? 행복의 유혹』『멜랑콜리 즐기기』등이 있다.
1956년 충남 천안 출생으로, 언론인이자 문화평론가다.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27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해왔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 문화부 기자에 이어 [문화일보]에서 북리뷰 팀장과 문화부장을 지냈다. [중앙일보] 출판팀장과 문화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음악, 미술, 연극 등 문화의 거의 모든 분야를 훔쳐볼 수 있는 행운 덕에 대표적인 ‘문화통 기자’로 꼽혀왔다. 2010년 서울언론인클럽 신문칼럼상, 2008년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평론상을 받았다. 2015~18년 KBS(한국방송공사) 이사로 일하며 사회 모순과 현실을 비판해왔다. 30년 넘게 한국 사회 교육 문화 언론을 지배해온 문화권력 3인방 백낙청·리영희·조정래를 분석한 책을 펴내는 것도 그 맥락이다. 좌파 세계의 뿌리이자 몸통인 그들을 정리해야 이 나라가 선진화로 갈 수 있다고 믿는다.
클래식·국악·재즈 등 음악 전반에 관심이 많으며, 미술·사진·출판 등 인접 장르에도 두루 밝다. 현재 중앙일보 산하 법인 중앙북스에서 일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박정희, 한국의 탄생』 『나는 보수다』 『책의 제국 책의 언어』『배추가 돌아왔다』『한국사진가론』 등이, 옮긴 책으로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Are You Happy? 행복의 유혹』『멜랑콜리 즐기기』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