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망각된 저술가 현병주가 일제강점기인 1928년에 펴낸 『수길일대와 임진록』을 원문 그대로 옮겨 쓴 것이다. 이 책은 현재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민족주의적인 정서에 기초한 임진왜란 서사의 일국주의와 영웅주의를 극복하고, 전쟁의 당사자인 조선과 명(明), 일본의 입장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술한 저작이다. 저자는 풍부한 사료와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역사학자 못지않은 능숙한 솜씨로 16세기 말 한반도 땅에서 벌어진 동아시아의 대전란인 임진왜란의 전 과정과 전 국면을 한 권의 책으로 흥미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일본의 침략으로 시작된 임진왜란은 명나라까지 참전하는 국제전으로 비화되었다. 하지만 이 전란에 대한 역사적 기억은 제각기 다르다. 전쟁의 명칭부터 한국은 임진왜란, 중국은 만력조선전쟁(萬曆朝鮮戰爭), 일본은 분로쿠의 역(文祿の役)이다. 전쟁의 전 과정이나 세부적인 전투에 대한 기억도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임진왜란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침략당한 조선”의 민족적 입장을 강조하고, “영웅들의 활약”으로 국난을 극복한 사건으로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분히 일국주의적일 뿐 아니라 이순신을 중심으로 한 영웅주의가 두드러진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병주는 이 책에서 임진왜란의 당사자인 조선과 명, 일본을 동등하게 참여시킴으로써 일국주의를 극복하고, 또 그 어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영웅화도 시도하지 않음으로써 영웅주의를 해체하고 있다. 이 책은 세 나라의 역사기록을 충실히 따라갈 뿐 선인도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 실로 보기 드문 임진왜란사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기존의 임진왜란 서사와는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의 발굴’이라는 면에서, 또한 동일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동양 삼국의 진정한 기억의 공유를 시도한 희유의 기록이라는 면에서 큰 의의가 있는 저작이라고 하겠다.
Contents
· 책머리에 04
· 상편
저자의 변언 13/1. 말 시작 15/2. 히데요시의 출생 19/3. 원숭이 22/4. 고묘지光明寺의 중노릇 25/5. 어머니 마음 28/6. 남의 집 종노릇 33/7. 나카무라 도키치로中村藤吉郞 39/8. 처음 출전에 성공 41/9. 사족士族으로 올라가 46/10. 기노시타 히데요시 51/11. 교토의 내란 55/12. 오다 노부나가와 아시카가 쇼군 60/13. 간논지觀音寺의 자객 64/14. 오요세산大寄山 너머의 불빛 69/15. 혼간지本願寺의 승군僧軍 73/16. 하시바 히데요시 78/17. 난반지南蠻寺의 천주대 82/18. 다카마쓰성高松城의 수공水攻 86/19. 혼노지本能寺의 반기 91/20. 세신世臣들의 권리 다툼 99/21. 싸우기 전에 지혜 겨루기 104/22. 한걸음을 더 나아가 108/23. 지난 싸움은 한때의 장난 113/24. 상기에서 바다 밖이 어디냐고? 117/25. 간핫슈?八州의 거족
· 하편
1. 조선의 통신사 131/2. 태합太閤으로 올라앉아 138/3. 부산에 상륙 145/4. 조령을 넘어 150/5. 경성이 함락 154/6. 평양성 점령 162/7. 명장 조승훈의 실패 167/8. 이순신의 거북선 171/9. 조선 군사의 세력 175/10. 이여송의 대군 179/11. 고니시 유키나가의 패군 186/12. 벽제관碧蹄館 싸움 191/13. 함경도의 민란 194/14. 행주산성 싸움 201/15. 진주성 싸움 208/16. 자다가 도망 213/17. 강화가 깨어져 222/18. 정유재란 227/19. 남원 전주의 싸움 232/20. 이순신의 복직 239/21. 소사평 싸움 242/22. 울산성 싸움 245/23. 명나라 장수가 바뀌어 255/24.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어서 261/25. 고니시 유키나가가 길을 빌어 268/26. 난리가 끝나! 274/총평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