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에서 철학을 건져내는 글을 써온 철학자 김범춘 씨가 호되게 가벼운 세상과 중심 없는 대중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며 질타한 책이다. 총 4부에 걸쳐 62편의 글이 실린 이 책은 위기에 처한 가족과 부부 관계, 경제적 불평등과 자원의 평등, 현대인의 분노와 우울증, 감각적 유머가 판치는 방송 오락프로그램, 극히 개인주의적인 인간 관계, 가식적인 정치인과 경제인의 행태 등 사회문제와 일상사의 근원등을 파헤치고 있다.
저자의 시선은 가난한 사람, 약자에게 머물며 사회 개혁을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적 부자유로 이어지고 결국 계급 차이로 굳어지게 되지만, 사람들은 평등을 얘기하면서 기회의 평등으로 불만을 달랜다. 그러나 저자에게 평등은 야만적인 운수(brute luck)까지 문제 삼는 것으로 더 나아가 자원의 평등을 이야기한다. 자원을 평등하게 가진 사람은 주어진 기회를 활용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천부적인 재능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불평등까지 고려해서 사람을 사람으로서 살아가게 하는 마르크스의 좌파적 평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천한 강자들이 하지 않는 일, 즉 약자를 위해 자신을 나누고, 더 나아가 약자가 없는 세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비현실적인 꿈이 실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