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동화 작가, 번역가이면서 동, 서양을 아우르는 글들과 따끔하고도 넉넉한 말씀으로 많은 이들을 품어주는 이아무개(이현주) 목사가 1996년에 나온 "장자 산책" 을 새로 다듬고 보완해 개정판을 펴냈다. "장자" 는 장주의 저술로 내편 7, 외편 15, 잡편 11편인 총 33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 내편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장자 사상의 정수라고 일컬어지는데, 이 책은 "장자" 의 내편을 다루고 있다.
이아무개 목사는 기독교와 불교 등의 종교를 넘나들면서 장자가 다양한 종교, 사상 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시공간의 질서를 뛰어넘어 텍스트들 속에서 서로 소통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텍스트들 사이로 난 길[道] 속에서 장자와 예수와 석가가 한 소리로 외치는 것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장자, 예수, 부처의 얘기는 “결국은 ‘나’(己)라고 하는 물건 하나 없애버리면 너 있는 자리가 곧 새 하늘 새 땅이요 네가 곧 곤이요 붕이요, 남명이요 북명이요, 9만 리 창공이요 회오리바람”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나’라는 관념에 예속된 사람과 그것을 벗어난 사람의 모습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이아무개 목사는 이렇게 장자와 예수, 석가뿐만 아니라 노자, 공자, 간디, 아퀴나스, 소크라테스를 서로 불러모아 대화하게 하고, 공자, 맹자, 논어, 대학, 중용, 금강경, 산해경, 조선의 선시, 수사의 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텍스트를 펼쳐놓는다. 그래서 이 수많은 스승들과 텍스트들이 무엇을 뚫고 나아가려 했고, 어디에서 일치하고 갈라서는지를 장자를 경유해 펼쳐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