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할머니, 인기 블로그(http://kr.blog.yahoo.com/ropa420kr) 운영자, 암벽 등반에, 무박 산행에, 온갖 산들 종주에, 네팔 트레킹을 하며 자신의 삶을 신나고 즐겁게 꾸려오던 안나 할머니. 그러나 “모든 여자의 꿈은 혼자 길 떠나는 것”이라는 말에는 가슴을 여미기만 하던 그녀가 마침내 65세의 나이에 2천리 길을 완주했다.
“남녘의 보리밭도 보고 싶고, 봄볕 따뜻한 흙길도 걸어보고 싶었다. 혼자 먼길 걸으며 살아온 날도 정리하고 살아갈 날도 생각해 보고 싶어” 걷기 시작했다는 할머니는 혼자 걸었던 23일 동안 자유를 만끽했다.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었다. 강가에 앉아 발을 담그고 그늘 좋은 나무를 만나면 달게 낮잠 한잠 청한 뒤 다시 걸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만큼, 딱 그만큼 외로웠다. 발은 부르터 아프고, 배낭은 갈수록 무겁고, 제때에 식당을 만나지 못해 치즈 한 조각, 건빵 몇 개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해질녘 낯선 여관방에 들어설 때는 쓸쓸함이 온 마음을 적셨다.
자유와 외로움의 맛을 진하게 본 것보다 더 큰 선물은 자신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대자연은 그 자체로 큰 예배당이며 사찰이 되어주는 놀라운 힘을 지녔다. 가식이 없고, 억지가 없고, 포장이 없는 자연 앞에 서니 나 역시 발가벗고 나를 마주하고 싶어진다. 지금껏 살면서 알게 모르게 저지른 잘못들, 남에게 준 상처들이 얼마나 많았으랴. 사람에게뿐 아니라 이 자연의 뭇 생명들에게는 또 어떠했을까?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다”라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