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와 시공간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라, 그에 관한 해설서를 저술할 때 어려운 점이 많다. 모든 시대 어디서나 통용할 수 있는 주장을 한 그를 추종하기도 하지만, 그의 사상은 지나가버려서 이제는 의미 없는 ‘옛길’을 걷는 것으로 취급하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오트프리트 회페는 이 두 극단을 피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선례와 모범이 될 사고를 기대’하고, 철학사가가 아닌 동시대 철학자로 그 앞에 서있다. 그러므로 이 책이 소개하는 아리스토텔레스는 관념 속에만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철학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문자가 아니라 해석학으로 이해한다. 다시 말해 해당 본문을 형이상학적으로 그대로 놓아두고 체계만 다시 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 여기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형이상학 시대 사고로만 볼 수 있는 문구들에서 당대에만 통하는 초월적이거나 선험적인 본질을 찾아내 부각한다기보다는, 소위 ‘형이상학적’ 주장들을 사람이나 생물, 사회나 조직을 경험적으로 관찰한 끝에 터득한 인류학적이거나 역사적·사회학적인 추론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자체에도 현대화를 시도한다.
한편 우리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갖는 일상적인 통념을 해명한다. 이를테면 플라톤이 이상적인 철학자라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상식을 추구한 ‘상식의 철학자’라는 식으로 통념을 교정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 책은 소위 ‘아리스토텔레스 그 자체’보다는 현재의 아리스토텔레스를 그리며, ‘아리스토텔레스 그 자신’의 사상 전개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옛 사상가인 그를 ‘우리와 동시대 철학자’처럼 대한다. 저자의 이런 현재적 자세는 아주 인상적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진지하게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곁에 두고 씨름해 볼 만한 책이라고 자신 있게 권한다.
Contents
·아리스토텔레스 저작물 축약과 인용 방식
·서론
Ⅰ. “그 철학자”?
1. 인물과 저작
2. 연구자, 학자, 철학자
Ⅱ. 지식과 학문
3. 지식의 현상학
4. 합리성의 형태
5. 증명과 원리
6. 방법론적인 네 가지 원칙
Ⅲ. 자연학과 형이상학
7. 자연철학
8. 생물학과 심리학
9. 제일철학 또는 형이상학
10. 우주론과 신학
11. 존재론과 언어
Ⅳ. 윤리학과 정치학
12. 실천철학
13. 행위 이론
14. 좋은 삶
15. 정치적 인간학
16. 정치적 정의
Ⅴ. 후대에 미친 영향
17. 고대와 중세
18. 근대와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