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하자면, 우리는 현재 통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한 공동 운명체다. 북한 핵, 장거리 로켓 시험,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에 맞대응한 북한의 개성공단 우리측 자산 동결 조치 등으로 남북 관계는 시계 제로의 상태에 접어들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야산과 충돌하거나 추진동력을 상실하면 아예 바다로 추락할 수 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우리는 감각과 경험칙에 의존하게 마련이다.
전 통일부 차관으로서, NSC 정책조정실장으로서 남북 관계와 통일외교의 조종간을 오랫동안 잡았던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의 기록 [이봉조의 통일 수첩]은 유례없는 기상악화에 직면한 남북관계의 안전 항로를 알려줄 귀중한 비행기록이다.
[이봉조의 통일 수첩]은 이봉조를 아끼고 사랑하며, 이봉조의 유지를 받들고, 추억하는 모임인 ‘이봉조 유족회’가 엮었다. DJ의 통일책사로서 DJ를 도와 ‘햇볕정책’의 꽃봉오리를 활짝 펴게 했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DJ의 햇볕정책을 노무현 정부가 계승하는 데 가교를 놓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각각 추천의 글을 썼다. 임동원 장관은 추천사에서 고 이봉조 차관을 남북화해, 평화통일의 길을 함께 한 ‘동료’로 추억하고 있으며, 그의 죽음 앞에 ‘우리 모두의 귀중한 자산을 잃었다’고 애석해 하고 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사후 유고집 형태의 [이봉조의 통일수첩]을 허균의 자신의 누이 허난설헌을 위해 엮은 [난설헌집]에 비유하며 이봉조의 통일 철학과 정책 대안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