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란 무엇인가? ‘광기’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 본성의 한 측면으로 볼 수도 있다. ‘광기’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해왔으며, ‘광기’에 대한 이해는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서양의 근대 이성이 광기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낙인찍고 배제해 나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 숨겨진 폭력과 억압을 폭로했다. 오다 스스무는 미셸 푸코가 『광기의 역사』에서 놓쳤던 절반을 완성하고자 ‘그 동양적 전개’를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동양의 전통 사상과 문화 속에서 보여지는 ‘광기’의 실체를 밝히고, 동양 정신의학이 어떤 방법과 체계로 광기 문제를 이해하고 처리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몸과 마음이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님을 강조한 고대 인도의 신비사상, 인간의 복잡 미묘한 마음 세계를 불교 철학에 근거해 파악한 인도 의학의 광기관, 불교 의학 전통이 오늘날까지 계승 발전된 티베트의 의학, 중국 문화사에 나타나는 치밀한 광기의 구조, 『코란』과 중세 과학을 토대로 전개된 이슬람의 정신의학 등 흥미진진한 주제를 통해 동양에서의 광기를 개괄함으로써 광기에 대한 이해가 서양의 전유물이 아님을 역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모든 사회는 각자의 문화에 적합한 광기관 내지는 광기에 대처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과 체계를 가져왔으며, 서양 근대 정신의학체계가 광기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동양과 서양에 있어서 ‘광기관’의 공통성과 차이를 찾으려는 저자의 시도는 미셸 푸코가 『광기의 역사』에서 하지 못했던 ‘절반’을 완성하는 작업이자, 인류 문화를 관통하는 ‘인간의 광기’를 밝히는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Contents
머리말
서장 아시아?아프리카, 광기의 역사
제1장 인도 의학과 광기
1. 『아타르바 베다』와 광기
2. 인도 고대 철학과 정신의학
3. 아유르 베다와 광기의 구조
4. 『수슈루타 상히타』의 빙의와 간질
5. 고대 인도의 광기와 명정(酩酊)
제2장 불경에 나타난 광기와 심층 심리
1. 불교 철학에서 본 광기의 구조
2. 불교 심리학과 망상
3. 불교 심리학과 마음의 병
제3장 인도 문화와 사회 병리
1. 『마누 법전』의 범죄와 광기
2. 희생분사(犧牲焚死)와 인신공양(人身供養)
3. 『시귀 이십오화(屍鬼二五話)』의 자살과 범죄
제4장 불교 정신의학의 동점(東漸)
1. 고대 인도의 승려와 의사
2. 일본의 불교와 의학
3. 불교와 정신요법
제5장 티베트, 불교 정신의학과 정신분열병
제6장 인도와 중국의 광기관
제7장 중국의 '광(狂)' 사상
1. 유교와 노장 사상의 '광(狂)'
2. '성(性)'과 '벽(癖)'의 인간론
제8장 중국의 빙의와 샤머니즘
1. 무의(巫醫), 샤먼, 방사(方士)
2. 여우, 일본과 중국 공통의 요괴
3. 방술사와 도교 신비주의
4. 문헌 속의 빙의와 광기
제9장 중국 문화와 광기관
1. 코로(Koro)와 귀병(鬼病)
2. 중국인의 인격 형성과 자녀 교육
3. 서양인이 본 청말(淸末)의 정신 위생
4. 중국 사회와 정신지체
5. 한자로 본 정신지체와 치매
6. 중국 문화와 광기의 인식
7. 중국 의학과 기(氣)
제10장 동방 광기관의 원류
1. 중국의 신경정신질환
2. 『코란』과 정신의학
3. 이슬람 의술과 정신의학
4. 전통적 정신의학의 동과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