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 비롯되는, 그러나 이미 우리 삶에서 실물감이 엷어진 논을 아름다운 사진과 정감 어린 글로 되살려낸 책. 저자는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우리의 유전자 속에 각인되었을 논의 문화가 이제 10~20년이면 노인들의 기억과 함께 스러져버릴 운명에 놓여 있는 요즘, 우리 삶의 시원인 논을 기록하고 증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자연을 본뜬 인공습지인 논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는지 역사적 과정을 훑고, '맡은 일이 막중해서 종류도 많았던' 논의 정감 가득한 이름과 특징을 소개한다. 또 논농사의 과정을 세심하게 그리는가 하면 논에서 자라는 작물들을 소개하고, 논들이 농촌마을, 그리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농민들과 어떻게 맺어져 있는지 세 마을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농민신문사에서 내는 월간지 〈전원생활〉의 사진기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논 사진을 찍고 자료를 모아온 저자 최수연의 사진에, 농사짓는 소설가 최용탁이 머리글과 사진설명으로 못다한 논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놓아 책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더한다.
Contents
책머리에 - 지상의 그 어떤 건축물보다 아름다운
무딤이들판 너머엔 산비탈 다랑논
한 배미 논의 기나긴 역사
‘다루왕 6년에 논을 만들게 하였다’ |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무거동 논 | 자연을 본뜬 인공 습지, 논 | 벼농사엔 연작 피해가 없는 이치 | 매일 밥은 먹어도 쌀 나오는 곳은 모른다 | 논이 떠맡고 있는 하고많은 일들 | 답과 수전 | 맡은 일이 막중하니 종류도 많다
논의 한살이
논두렁 태우기 - 불을 놓아 쥐를 잡다 | 가래질 - ‘농부의 힘드는 일 가래질 첫째로다’ | 보리 밟기 - 꾹꾹 밟아줘야 잘 자라는 역설 | 보리 베기 - ‘보리 수확하기를 불 끄듯 하라’ | 쟁기질 - ‘묵은 땅 갈아엎어 땅심을 살린다’ | 소 길들이기 - ‘소 콧바람 소리에 봄날이 간다’ | 신농씨가 가르친 쟁기 사용법 | 써레질 - ‘흙은 모름지기 부드러워야 한다’ | 달빛 받은 무논의 호수 같은 아름다움 | 모내기 - 논농사의 꽃 | 논에 직접 볍씨를 뿌릴까, 모내기를 할까 | 논매기 - 호미로 두 번, 손으로 한 번 | 호미를 씻어두고 몸보신을 한다 | 가을걷이 - 들녘의 빛깔이 거둘 때를 알린다
논에서 자라는 작물들
벼 · 보릿고개를 없애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통일벼 |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의 그 나락 | 늘 부족해서 애달팠던 주식, 쌀 | 남아돌던 것이 종내 모자라게 되는 세상 이치 | 보리 · 비둘기 편으로 보리 종자를 보내다 | 성질은 온화하고, 맛은 짜다 | 보리밥 먹고 방귀깨나 뀌는 집안 | 밀 · 보리와 함께 가장 먼저 재배된 작물 | 녹색혁명의 기원이 된 우리 토종 밀의 유전자 | ‘진가루’라 부르며 귀히 여겼던 밀가루 | 자운영 · 봄 들녘을 자줏빛으로 물들이는 거대한 꽃밭 | 미나리 · 얼음물을 견뎌야 제 향을 낸다 | 콩 · 논두렁 콩은 소작료가 없다
논과 마을 그리고 땅의 사람들
쟁기질하던 소가 바다로 떨어진다 남해 가천마을 | 가을 단풍보다 아름다운 황금빛 계단 구례 중대마을 | 섬의 자연이 탄생시킨 구들장논 완도 청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