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은 편의를 위한 이름 짓기다. 그러나 우리는 개념으로 경험을 대체하곤 한다. 종교사는 종교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의 변화라기보다 개념의 변화가 초래한 ‘실재의 지도 바꾸기’와 다르지 않다. 오늘날 우리는 마침내 종교라는 개념의 타당성을 근원적으로 되묻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것은 당연히 새로운 언어와 개념을 요청하는 작업이다. 상상은 마침내 현대의 이성이다. 우리가 종교인이기를 그만두면 비로소 우리는 인간일 수 있는데, 우리는 그때 비로소 종교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여러 층위에서 그 의미가 드러난다. 첫째, 이 책은 인문학이 실증보다는 상상에 입각하여 전개될 때 현재의 닫힘을 열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이 책은 인문학의 기본 개념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종교현상의 특수한 개념을 묘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셋째, 이 책은 저자인 정진홍 교수의 사상적 편력이 녹아든 ‘학문적 이력서’의 의미를 띠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원숙한 종교학자가 인문학의 틀 안에서 어떻게 종교를 상상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Contents
머리말
경험
현상의 기반 / 부닥침, 만남, 지님 / 안으로 지니는 일과 밖으로 드러내는 일 / 신뢰성의 문제 / 소박한 승인 : 종교담론의 처음과 끝
물음과 해답
현실과 꿈 / 물음의 때와 자리 / 물음의 현상학 / 물음에 대한 물음 / 중층성과 중첩성 / 열린 물음, 열린 해답
믿음
마음결 : 거리두기와 거리 없애기 / 마음결 : 새로운 세계 그리기와 마음먹기 / 마음결을 넘어서는 마음결 / 처음과 끝의 긍정 / ‘~에도 불구하고’의 역설
문화
서술범주로서의 ‘총체’ / 일상성과 비일상성 / 비일상성의 일상성 / 다양성과 가변성 / 일상성의 비일상성
역사
수용과 거절의 합류(合流) / 불변하는 변화 / ‘역사’로서의 종교 / 기억과 망각 / 공유되는 기억
언어
이름의 존재론 / 기도, 주문, 강론, 침묵 / 종교언어의 뿌리 / 종교의 언어사 /
해석
사물과 뜻풀이 / 자료와 주체의 역사화 / 구조와 자유 또는 한계와 자의(恣意) / 창조성과 현재성 / 해석에 대한 해석학
몸
생각의 틀 : 하나와 둘과 여럿 / 편리한 분류와 정직한 인식 / 부정할 수 없는 현실성 / 몸의 결
몸짓
움직임 : 자존(自存)의 원리 / 몸짓이 낳는 몸짓 / 관성(慣性)의 의미론 / 몸짓의 종교사
힘
가능성의 현실화 / 신 : 삶이 발언하는 ‘마지막 인식’ / 절대의 분산 / 매개의 거절 / 신의 파기와 교체 / 폭력의 규범적 요청
타자
‘우리’만들기 / ‘다른 우리’의 출현 / 연민 혹은 은폐된 배타성 / 종말론적 기다림 : 작은 우리 / 불가피한 구조 : 갈등
비교
토끼와 기계 / 주체의 자리 : 선택과 강화 / 다름의 발견 / 다원성의 합일과 다양성의 공존 / 성숙의 지표
죽음
금기의 구조와 현상 / 죽음자리의 상실 / 신비의 발언과 시적 진술 / 죽음권유의 문화 / 금기의 완성과 해체
사회
회상과 기대 / 처음과 끝의 이야기 / 힘에 의한 힘의 지배 / 힘과 의미의 한계 / 의미의 우산과 메마른 샘
맺음말-종교인과 종교적인 인간
개념과 경험의 괴리 / 실재의 지도 바꾸기 / 동화의 나라 / 새로운 언어 / 상상 : 현대의 이성 / ‘종교인’은 없다
참고문헌
찾아보기
Author
정진홍
1960년에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였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있다가 은퇴하고 지금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울산대학교 석좌교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종교현상학이 전공분야이고, 『종교문화의 이해』,『종교문화의 인식과 해석』,『종교문화의 논리』,『경험과 기억』,『열림과 닫힘』,『괜찮으면 웃어주세요』등의 저서가 있다.
1960년에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였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있다가 은퇴하고 지금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울산대학교 석좌교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종교현상학이 전공분야이고, 『종교문화의 이해』,『종교문화의 인식과 해석』,『종교문화의 논리』,『경험과 기억』,『열림과 닫힘』,『괜찮으면 웃어주세요』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