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양사상을 전공하는 적지 않은 학자들이 동서양 사상간의 대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이와 관련된 책이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다는 사실로도 확인된다. 그러나 연구의 주된 경향이 대체로 서양사상의 장점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동양사상에도 일정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논지를 전개하거나, 서양사상의 한계와 폐해를 다소 일방적으로 비판한 후 그런 결함을 갖고 있지 않은 동양사상의 우월성 및 독자성을 부각시키는 전통회귀적인 접근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연구 역시 두 사상간의 대화라는 역사적 요구에 나름대로 기여를 하고 있다고 판단되지만,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서양 사상을 좀더 구체적이고 각론적인 차원에서 교차 분석하여 ‘혼융적(渾融的) 종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 하겠다. 이 점에서 『儒敎傳統과 自由民主主義』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저자는 한국에서 동서양 사상간의 대화가 최초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도된 19세기 후반으로 되돌아간다. 당시 우리의 선학들이 제출한 사상적 대응 논리들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한 후, 그 대응논리들을 비판적으로 수정한 자신의 대안 ― ‘道에 있어서도 東?西를 융합하고 器에 있어서도 東, 西를 융합한다’ ― 을 이 책의 기본 관점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저자는 현대 자유민주주의의 주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세계관, 역사관, 인간관’, ‘자유’, ‘관용’, ‘정의’, ‘규범론’, ‘주권론’, ‘정치적 정당성’ 등의 문제를 이에 상응하는 유교의 주요 주제와 면밀히 대조?검토한다. 이런 방법으로 두 사상간의 상호 비판적인 대화와 종합을 정교하게 시도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따라서 『儒敎傳統과 自由民主主義』를 통독한다면 유교는 물론 서양 자유주의에 대한 깊고 폭넓은 이해가 가능해진다고 하겠다.
우리에게 지난 한 세기는 전통 유교를 부정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한 시기였기에, ‘유교와 자유민주주의는 상반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 양자는 가까운 지점에서 만날 수 있는 요소도 많이 지니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로 분리해 놓고 본다면, 유교와 자유주의 사이에는 궁극적으로 넘을 수 없는 간극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점들을 공유하고 있다. 더욱이 유교와 민주주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간극은 없고 보완해 줄 수 있는 점이 훨씬 많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점들에 대한 진지하고도 흥미로운 보고서라 하겠다.
Contents
序 論
1. 傳統과 現代
2. 誤解와 理解
3. 이 책의 기본 입장
제1장 東, 西 文明의 융합방향과 道, 器의 문제
1. 서론
2. 韓末 文明論의 道器論的 省察
3. 體用一源論과 器可變論의 논리적 관계
4. 道의 不變性과 可變性
5. 결론
제2장 儒敎와 自由主義 정치사상의 철학적 토대
1. 서론
2. 세계관과 인식의 문제
3. 역사관과 가치의 문제
4. 인간관과 政治體의 목적
5. 결론
부산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이다. 1995년 성균관대학교에서 “한말 절의학파와 개화파의 사상적 특성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유가 사회철학 연구』(2001), 『유교전통과 자유민주주의』(2004), 『주자학의 길』(2007), 『현대문명과 유교적 성찰』(2018), 『한국성리학사론』(202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