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전당, 혹은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전통적 이미지는 오늘날 상당히 파손되었다. 교수들이 자기 학문의 세계 속에 머물러 있는 동안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문보다는 사회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공부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교수의 학문 세계와 학생의 실용적 요구 사이의 괴리 속에서 교육은 어느 자리에 놓여야 할까. 교수와 학생은 어느 지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스승과 제자로서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서울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CTL)는 이러한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육성을 한 데 모아 이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지난 1년 동안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가르침이라는 주제를 두고 나눈 다양한 대화의 기록이다. 그 속에는 정년퇴임하는 선배 교수가 후배 교수들에게 주는 애정 어린 충고, 서울대학교 교육의 방향을 둘러싸고 벌어진 교수들 사이의 열띤 토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험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대학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 더 나아가서 서울대학교의 교육 및 연구 현실과 문제점, 대학 개혁의 방향 등을 둘러싼 교수들의 진지하고 솔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교수들에게 개인적으로는 절실한 것이지만 사석에서의 대화 거리 이상이 되지 못했던 문제의식들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낸다는 것이 이 책을 기획하고 발간하는 우리의 기본 의도였고, 이러한 의도는 참여한 교수들의 열의와 노력을 통해 상당히 충실하게 실현되었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