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두 조선의 여성:신체·언어·심성]은 두 개의 ‘조선’, 즉 조선시대 후기와 일제식민지 조선의 문맥 안에서 여성의 역사를 읽어보려 한 작업이다. 여기에는 특정한 사회-문화적, 인식론적 환경에서 여성이 어떻게 존재해 왔는가라는 질문이 담겨 있다. 여성은 전통과 근대(식민성)의 현실적·이념적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작용해 온 결정적인 ‘장소’인 바,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재구성하고자 한 시대는 조선후기로부터 식민지기로 이어지는 시기이다. 조선후기는 유교적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하는 왕조 체제의 강고함과 미세한 균열 및 변동이 공존했던 시간이다. 식민지시기에는 봉건적 질서가 깨지고 근대적 삶의 양식이 구축되는 한편, 종속과 억압의 모순이 본격화되었다. 이 시기에 유교적 가부장제는 지속과 단절의 불규칙한 결을 형성하며 새로운 가부장제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조선후기에 가속화된 외부세계와의 교통은 식민화와 더불어 비약적으로 증대한다.
이 책의 필자들은 ‘여성’이라는 장소 혹은 사건은 그녀들의 신체, 언어, 감정, 의식 등 여러 지점을 고려하면서 탐색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다면적으로 접근하면서 여성들이 얼마나 복잡한 역할을 할당받거나 스스로 확보해갔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시대적 구속에 노출되거나 반대로 대항했는지 규명하고자 했다. 이 책의 짜임은 이러한 관심과 관점의 표현이다.
Contents
책머리에
제1부 소비와 생산의 장소로서의 여성
김 호:조선 왕실 출산 지식의 계보:[임산예지법]과 [태산요록]의 비교
1. 서론
2. 행우서옥 소장본 [임산예지법]
3. 최초 교육의 장, ‘자궁(子宮)’
4. 난산의 해결
5. 벽사(?邪)의 기술
6. 산모의 보호
7. 소아 보호
8. 결론
송연옥:식민지주의에서 다시 보는 나혜석의 여성주의
1. 들어가며
2. 나혜석 연구 현황
3. 전통과 근대가 교차하는 생가(生家)
4. 도쿄에서 만난 페미니즘과 자유연애사상
5. 식민지의 근대 가족의 정치성
6. 나아가며:식민지주의와 여성주의
이혜령:[무정]의 그 많은 기생들:이광수의 민족 공동체 또는 식민지적 평등주의
1. 매춘의 일반화 과정으로서의 식민지화와 [무정]
2. 평양에서 온 다방골 기생 계월향 영채의 사회문화적 맥락
3. 기생 연속체(continuum)로서의 민족 공동체 또는 식민지적 평등주의
4. 순결한 창녀인 누이와 한국형 매춘부 서사의 망탈리테
서지영:식민지 조선, 하녀들의 공간과 친밀성의 함의들
1. 식민지 조선에서 ‘하녀’라는 존재
2. 가사노동의 상품화와 근대 가정의 틈새
3. 1920~30년대 재조 일본인 가정 속의 조선인 하녀 ‘오모니’
4. 제국의 불안과 조선인 ‘하녀’
황상익:조선시대의 출산 왕비의 출산을 중심으로
1. 조선시대의 출산 관련 자료
2. 조선시대 왕실의 출산력
3. 조선시대 역대 왕비의 출산력 개괄
4. 불임-무자녀 왕비
5. 출산후유증으로 사망한 왕비들
6. 왕비들이 출산한 자녀들의 건강
제2부 여성에 대한 언어와 여성의 언어
허남린:열녀 담론의 형성과 임진왜란
1. 들어가는 말
2. [동국신속삼강행실도] 열녀편의 편찬
3. [신속동국삼강행실도]의 열녀상
4. 사족 남성들은 왜 여성에게 죽음을 강요했나?
5. 맺음말
박무영:조선 후기 한·중 교유와 젠더 담론의 변화‘서영수합(徐令壽閤)’의 중국 반출을 중심으로
1. 조선 후기의 여성문필활동과 ‘서영수합’
2. ‘서영수합’의 중국 반출과 남성의 전략
3. 여성담론의 개발과 변화
4. 남성의 문화와 여성의 언어
박애경:근대 초기 공론장의 형성과 여성주체의 글쓰기 전략
1. 들어가는 말:공론장과 젠더
2. [춘향전]과 신문-한글 공론장의 등장과 여성의 문명화
3. 공적 담론의 젠더적 전유와 그 효과-공감을 통한 감정의 공론화
4. 여성 소수자의 국민되기-구술적 전통과 정념의 전면화
5. 나오는 말:여성, 언문, 구술과 감성의 공론장
송지연:조선시대 천주교 여성사 다시 읽기 동정녀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1. 머리말
2. 1945년 이후 조선시대 천주교 여성사에 관한 지식의 형성
3. 전근대사 속 조선시대 여성의 ‘근대화’ 찾기가 가져오는 문제
4. 조선의 동정녀들의 역사
5. 여성사의 틀을 통해 조선시대 동정녀의 역사 다시 읽기
6. 조선의 동정녀와 프랑스 선교사의 숨겨진 투쟁
7. 맺음말
최종성:생불로 추앙받은 조선의 여인들
1. 서론
2. 신당 및 신상의 파괴
3. 무당들의 귀의
4. 미륵의 화신, 생불
5. 생불여인들:영매(英梅), 복란대(福蘭臺), 영시(英時)
6. 결론
장석만:식민지 조선에서 여자가 운다
1. 신부(新婦)의 방성 통곡(慟哭)
2. 장례식의 울음
3. 1930년대 총독부의 울음 통제와 ‘명랑(明朗) 정치’
4. 울지 않는 아내의 “의연함”을 칭송하라
5. 마무리
김예림:깨진 사랑의 정치학:1930년대 후반의 혁명, 사랑, 이별
1. 사랑의 의미 구성:번역으로서의 사랑
2. 혁명의 시대와 사랑의 위상:선택 혹은 지속
3. 상실의 시대와 부서진 사랑:버림받은 자
4. 또 하나의 이별의 윤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