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몽골리카의 동요기' 동안 발생한 왜구의 침구 현상을 고려와 일본 양국의 역사에 입각해 고찰한 책이다. 즉 경인년(1350)을 전후해 원제국의 통치 및 지배 질서가 동요하면서 발생하는 혼란이 고려 말에 침구해 온 왜구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에 입각한 연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의 왜구 연구는 이웃나라의 역사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 때문에 '왜구'라는 역사 현상을 역사적 인과관계 속에서 파악하지 못한 채, '삼도 해민'설 같은 국한된 지역의 문제 내지는 '다민족·복합적 해적'설 같은 애매모호한 개념으로 오도해 왔다. 그 결과, 해당 시기의 일본 역사를 동아시아 역사라는 큰 틀 속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차단하고 말았으며, 그것이 바로 왜구 연구가 일본 중세사의 주요한 연구테마가 되지 못한 원인을 제공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