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부리는 시인은 고통스러운 자기 부정과 탈주를 통해 자기를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자들이다. 생의 욕망과 추문, 환멸을 바라보며 끊임없는 자기 갱신을 감행하여‘직립의 정신’을 상실한 채 매너리즘에 빠진 인간의 비루한 욕망을 일깨운다. 그들은 언어를 쓰고 있어도 이미 언어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영원한 실재를 응시하고 표현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응시하는 영원한 실재를 비평적 언어로 포획하는 작업은 상처와 희망, 환멸과 신성, 불멸과 사랑의 흔적을 굽는 어떤 생성의 움직임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