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흐른다.’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이렇듯 역사란 어딘가로 나아가는 생물 존재이며 때로는 신처럼 판관의 힘을 지니는가? 우리가 일상으로 말하거나 듣는 그 표현 가운데 역사철학의 언술이 함께한다고 느끼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우리는 역사라는 말을 언제부터 썼으며, 그것은 또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과 함께 시작한다. 우리는 먼저 우리의 유구한 문화 전통 가운데에서 그 말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부터 만날 것이다‘. 역사’는 오래전 중국 관찬 사서의 한 귀퉁이에서 희미한 근거를 드러낼 따름이었다. ‘역대의 공식기록’이라고 풀어쓸 만한 그 말은 우연히 일본에 건너가 유럽 언어의 번역어로 쓰이게 되었다. 한국 개화파 지식인들이 일본 토양에 적응했던 그 말을 우리 땅에 이식하는 이야기가 이 책의 실마리다. 그리스시대로 거슬러 오르는 유럽 말의 기원과 의미의 족적, 원래 한자말에 켜켜이 쌓여 있음 직한 이념과 가치, 이 말을 토착어로 바꾸면서 뒤섞였을 일본의 문화 전통, 일본식 번역 용어를 그대로 가져다 썼던 한국 지식인들의 사유 양식, 이렇게 복잡하기 그지없는 사연들이 그 이야기를 잇는다.
Contents
한국개념사총서 발간사·5
책머리에·13
서론·16
Part 1 서양의 역사 개념
1. 이름의 기원·27
2. 새로운 시간·38
3. 진리와 관점·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