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부지깽이

충청도 소설가 강병철의 일곱 번째 창작집. 마치 만화 ‘검정 고무신’이나 ‘짱뚱이 일기’를 보는 것 같은 그의 살가운 기억은 우리네 정경을 빼어난 서정의 노랫말로 눈물겹게 직조하고 있다. 그이의 노랫말에는 매몰되었던 광부 ‘양창선’이나 수류탄 위에 몸을 덮쳐서 부하들을 구하고 순직한 강재구 소령의 노랫가락이 등장한다. 김일 선수의 박치기가 상대 일본선수를 메다꽂은 뒤, 터지던 기립박수와 애국가며, 논두렁 타짜들의 두 시간짜리 노름판 싸움, 그 살풍경이 나온다. 아, 소년은 썰물 때 밀려온 갑오징어를 팔기 위해 삼십 리길을 걷기도 하며 짝사랑하던 처녀선생님의 엉덩이 주사 맞는 장면을 목격하고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그런가하면 소아마비 소년은 운동회 달리기를 꼴찌 한 후 오히려 펑펑 우는 처녀 선생님을 달래주기도 한다.

그이의 글 한자락한자락이 모두, 대청마루 낡은 사진이 오늘 다시 우리 눈앞에 총천연색 파노라마로 선명하게 되살아오는 느낌이다. 문체주의자 강병철의 사적 기억은 60년대 흑백의 정경을 지나, 2000년대 컬러 프린트의 디지털적 세계관을 관통하며 반세기 가까운 역사를 선명하게 ‘공적’ 기억으로 복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