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긴 여기서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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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2/06/15
Pages/Weight/Size 127*195*8mm
ISBN 9788979448054
Categories 소설/시/희곡 > 시/희곡
Description
정혜숙 시에서 “문장”은 생의 행로와 같으며, “행간”은 존재의 균열이 발생하는 틈이며, “미간”이나 “안색”은 고독한 일상의 형편을 표상하고, “인중”에 새겨진 시간은 운명적인 힘이다. 홑겹으로 맑고 투명하게 널어놓은 이미지들 속에서 백지처럼 얇아진 배후의 세계가 얼비치며 내색한다. 이때 유한자로서 겪는 상실감과 좌절들은 사적 영역을 넘어서 관계적 질서를 불러오는데, 이를 통해 슬픔은 심미적으로 보편화된다. 부음으로 전달되는 배후의 세계를 고통이나 두려움이 없이 심미화하는 것은, ‘여기’와 ‘거기’를 통합하여 관념할 수 있는 전일全一한 세계관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또한 상실이나 좌절이 분노나 원한의 감정으로 이행하지 않고 심미화되는 것은 그가 가진 특유의 세계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현존을 영원의 포대기에 감싸인 배아처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Contents
1부
나비의 문장을 읽어요 /시선을 먼 데 둔다 /어둠이 발목을 적실 때 /산자락 북향집 /늘 그렇듯 담담한 얼굴로 /어디에도 없는 다정 /슬픔을 운구하듯이 /봄, 별후 /여전히 바람이 잦다 /다른 건 다 그만두고 /거긴 여기서 멀다 /조금 울었다 /묵은 그늘 흩어진다 /혼잣말이 붉었다 /걷고 또 걷습니다

2부
초록이 묽어진다 /시간을 시침질하듯 /거기도 새가 우나요 /목백일홍 붉어요 /신월리 /허공에 실금을 긋듯 /눈물로 관이라도 짜듯 /사위 문득 고요하다 /추수 /꽃들이 신음도 없이 /해 지는 쪽을 향해 걸었던 적이 있다 /부음을 듣다 /개밥바라기, 젖은 눈 /낡아서 애틋한 /흰 뼈만 남은 말들이

3부
이쯤에서 접을게요 /너는 오지 않았다 /먼 데서 온 묵독이다 /청명 /그날 /가까이 앉아요 /추신처럼 새가 운다 /사나흘 은자처럼 /다시, 접경이다 /배후는 없었다 /달의 남쪽을 걸었다 /나무들이 말했다 /이제 그만 가시라 했다 /산책 /왕릉의 가을

4부
가벼운 농담을 하듯 /우회로를 택했다 /저녁의 굽은 등 너머 /그 숲에 두고 왔다 /주렴을 내린다 /길 위의 악사 /한로 부근 /환절기 /흰피톨의 햇살이 /편지 /당신, 조금 웃었다 /몇 방울 헐한 눈물 /인중 짧은 꽃들이 /드문드문 쉼표처럼, /언제나 그러하듯이 / 해설_염창권
Author
정혜숙
1957년 전남 화순 출생.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했고, 2003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무등시조문학상, 오늘의시조시인상,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했으며, 2012년과 2021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지원금 받았다. 시조집 『앵남리 삽화』 『흰 그늘 아래』, 현대시조 100인선 『그 말을 추려 읽다』가 있다.
1957년 전남 화순 출생.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했고, 2003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무등시조문학상, 오늘의시조시인상,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했으며, 2012년과 2021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지원금 받았다. 시조집 『앵남리 삽화』 『흰 그늘 아래』, 현대시조 100인선 『그 말을 추려 읽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