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책을 읽는 사람의 수가 아주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을 초래한 일차적인 원인은 물론 사회 환경의 변화에 있다. 하지만 문학성과 대중성이 조화를 이룬 감동적인 책이 그리 많지 않다는 데 그 책임의 일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에 나온 이종문의 산문집 [나무의 주인]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지은이 이종문은 깊은 여운을 거느린 풍자와 해학으로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한 시조시인이자 대학(계명대 한문교육과)에 몸담고 있는 한문학자이기도 하다. [나무의 주인]은 그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서술된 자전적인 이야기책인데, 자전적인 만큼 구체적인 현실감과 리얼리티가 살아있으며, 이야기책인 만큼 책의 도처에 이야기보따리가 수두룩하다.
Contents
작가의 말
PART 01
나무의 주인
등나무 밑에서 계란을 토하다
그 무슨 꿈을 꾸나? 시를 짓고 있나?
거금 50원! 공금을 횡령하다
시건방진 이종문, 한없이 작아지다
연곡사야, 문빗장을 슬쩍 풀어놓아라
우리 집 꽃나무에 각시붕어 살고 있다
미꾸라지 살리기
채송화 헤아리던 그 스님은 어디 가고
느그 집 앞 자갈길이 모래가 된 거 아나?
칼로 물 베기
어린아이에겐 너무 슬픈 영화
그래, 저 홍시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아주 사소한, 범우주적 행위
PART 02
나는 이미 칼 맛을 봤다
오오! 그래 맞다, 불도저 앞의 삽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 제일 절경
임고서원 은행나무, 그 나무 밑의 흰 피
뭐라고,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라?
검은 뿔테 안경 코에 거시고
저 높은 하늘 아래 고개를 숙이고
나의 「봉선화」를 외워주이소
파인 김동환과 백수 정완영
바늘구멍 속에다 황소를 밀어 넣다
참 철없는 모임
천만에, 나무 뽑고 가는 사람이여!
내 무릎 아래서 가부좌를 트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