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과학학습도감'이 아니다. 곤충과 새의 사진이 실렸지만 실물 대신 볼 수 있도록 사진을 모아 엮은 도감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곤충이나 새에 대한 놀라운 과학 상식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의 곤충이나 새들은 신기하지도 않고, 신기해서도 안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사람들의 삶이 신기하지 않다면 곤충이나 새의 삶도 신기해서는 안 된다.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들은 돋보기를 들이대고, 온갖 실험으로 호기심을 채울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작가는 자연을 단지 '대상화'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애쓰며, 그 생명 곁에서 거니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