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파 긍선의 '선문수경'은 송대宋代 이후 공안公案을 염롱拈弄하던 선문종사禪門宗師들의 염拈?송頌?거擧?평評과 찬讚?화話?창唱?화和 등을 판석判釋한 책이다. 백파 자신 이미 그의 나이 50대에 '선문염송집사기禪門拈頌集私記'와 '선문오종강요사기禪門五宗綱要私記'를 손수 지었고, 고려의 진각 국사 혜심慧諶의 '선문염송집禪門拈頌集', 구곡 각운龜谷覺雲의 '선문염송설화禪門拈頌說話' 등 방대한 자료들을 섭렵하여 선문禪文을 판석한 결과물이 '선문수경'이다. 백파는 임제삼구臨濟三句에 제시된 의미의 행상行相을 좌표로 삼아 선문禪文을 판석하였다. 즉, 본분本分과 신훈新熏, 수연隨緣과 불변不變, 진공眞空과 묘유妙有, 대기大機와 대용大用, 가리사家裏事와 도중사途中事, 죽임(殺)과 살려줌(活), 긴 세월(古)과 이 순간(今) 등을 ‘논리’로 삼아 선문禪文을 비추어 보는 손거울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구자무불성화간병론狗子無佛性話揀病論'의 과목을 나투고 해설(科解)하는 장에서는 ‘무無자 화두’ 드는 방법으로 ‘단제單提’, ‘전제全提’, ‘근제勤提’를 제시하고 그 장단점을 소상하게 소개한다. 그러고는 결론적으로 ‘단제單提’하여 일념만념 ‘이것이 무엇인가’에만 집중하여, 일체의 사량 분별을 끊고 또 끊어서, 그렇게 한다는 생각마저 지우라고 한다. 이것이 임제선의 골수骨髓이며 극칙極則이기 때문이다. '선문수경'을 통해 우리는 조선 승려들이 선 문헌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했는지 주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