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위생은 근현대를 관통하면서 관철된 가치였다. 도시는 청결해졌고 위생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는 장수와 건강이다. 한국의 경우 해방 직후 40대 중반이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섰다. 60세를 노인이라 부르기 계면쩍은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중 하나는 21세기 접어들어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신종 전염병이다. 코로나19는 대표적인 예이다. 도시는 그 확산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도시에서 사람 사이의 밀도는 가장 높다. 의료 기술과 행정 조직이 발전하면서 방역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염병 역시 따라서 발전하고 있다. 도시위생사 연구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은 과거의 공간에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이 현재 속에 누적되었다고 할 때, 과거를 현재와 분리할 수는 없다. 경험은 현재를 고민하고 미래를 기획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Contents
책머리글: 도시를 보호하라 / 박윤재
근현대 도시위생사 연구 동향과 전망 / 염운옥 김영수 조정은 박윤재
1부 도시위생의 이론―식민지, 근대를 열다
병은 어디에서 오는가―장기설에서 세균설로 병인론의 전환 / 박윤재
1920년대 의사 주택을 통해 본 근대 주택의 위생 담론 / 이연경
방역과 인종분리―영국 열대의학과 식민지 도시위생 / 염운옥
2부 ‘체제’가 된 도시위생―근대 도시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
식민지 시기 경성 하수도 정비의 한계와 위생의 ‘좌절’ / 염복규
도시위생의 수호자, 상수도 / 이연경
1950년대 이후 전염병 감시 체계의 역사 / 권오영
위생이냐 이윤이냐―근대 상하이 도시위생과 상수도 / 조정은
3부 ‘위생’의 이름으로―근현대 도시위생의 문화와 정치
때를 밀자―식민지 시기 목욕 문화의 형성과 때에 대한 인식 / 박윤재
한국의 결핵 관리와 보건소―해방 후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 권오영
일본 점령기 상하이 도시위생과 콜레라 백신접종 / 조정은
‘국민’을 만드는 ‘의학’―오스트레일리아 열대의학과 인종위생 / 염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