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시대가 요구하는 이념체계이고 현실 문제에 대한 대안이다. 인과 예를 기초로 한 공자의 덕치사상은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지도자의 도덕적 감화력으로 극복하려 한 것. 맹자의 역성혁명론은 주왕조 말기 포악한 제후들에 대한 경고였고 법가 사상은 주왕조의 몰락으로 전통적인 질서가 파괴되는 상황에서 요구됐던 대안. 한대의 경학(經學)은 강력한 통일 제국의 논리와 학문이였다. 한무제는 유학 경전에서 통치 이념을 찾으려 했고 이를 학자들에게 강조했다. 이후 한제국의 질서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외래사상인 불교가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송대 성리학은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이념이었다. 유교 경전에 입각한 과거시험을 통해 등장한 사대부는 성리학의 기둥이 됐고 당시 상업의 발전도 새로운 문화를 진작시키는 활력소가 됐다. '서양제대로 배우기'를 내세운 청말 변법(變法)사상은 청일전쟁의 패배와 외세의 침략 등 종이호랑이 꼴이 된 근대 중국에 대한 반성에서 나왔다. 마오쩌둥주의는 몰락의 위기에 놓였던 중국이 대안으로 모색했던 마르크스사상이었다.
동아일보 책의향기 5분다이제스트 허엽기자(99/05/15)
쉽게 풀어 쓴 중국철학사
중국철학회가 공동저술한 '역사 속의 중국철학'은 전공학자가 아니면 쉬 넘보기 어려운 중국 철학사를 일반인을 위해 비교적 쉬운 말로 풀어 쓴 개설서다. 이 책이 적게나마 쉬워진 것은 각각의 철학 사상을 추상의 사유 체계로 파악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역사의 장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학파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려 노력한 결과다.
한겨레 990518
▶ 목차
1. 선진유가 - 정치와 윤리의 일체화, 그 동양적 전통의 출발점
2. 선진묵가 - 논리성과 실용성으로 무장된 보편에의 세계
3. 선진도가 - 유목적적 세계상에 대한 반동
4. 선진법가 - 세습적 신분제에서 기능적 관료제로
5. 진한대 도가 - 통일 시대를 위한 철학적 구상과 그 전환
6. 한대경학 - 제국의 논리와 제국의 학문
7. 위진현학 - 자연과 명교, 그 갈등과 조화의 변주곡
8. 위진남북조 불교 - 불교의 중국화와 중국의 불교화
9. 수당불교 - 현세주의와 정신주의의 융화
10. 북송성리학 - 유학의 부흥과 '이단'의 그림자
11. 남송성리학 - 주자학적 도학의 완성과 사상적 도전들
12. 명대양명학 - 성리학적 이상과 현실의 틈새 메우기
13. 청대철학 - 탈성리학적 경향과 전통 철학의 황혼
14. 청말변법운동 - 서양의 도전에 대한 동양의 응답
15. 모택동주의 - 중국적 사회주의로 가는 혁명과 모색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