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극단적 무관심의 대상이거나 극단적 혐오의 대상이다.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또는 존재하지 말아야 할 것처럼 존재를 부정당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소수자’는 우리 시대 약자 중의 약자이다. 약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약자를 돌보는 것이 교회의 사명임에도, 그동안 교회는 성소수자들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거나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을 배척하고 단죄하기까지 했다. 이 책은, 그러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미국 예수회 회원인 제임스 마틴 신부님은 이 책에서, 가톨릭교회와 성소수자 공동체 사이에 확연한 입장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 교회는 교회대로, 성소수자들은 그들대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 ‘차이’에 대해 깊이 논의하지 않겠다고 밝힌다.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생산적인 대화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차이’가 아닌 ‘공통 영역’에 집중하면서 함께 길을 찾아가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서 만드신 귀한 존재이며,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이다. 이 공통점이 훨씬 더 근본적인 진리이다. 제임스 마틴 신부님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장 핵심이 되는 바로 이 진리에 더 집중한다.
이 진리는, 가톨릭교회와 성소수자 공동체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을 허물고,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도록 우리를 재촉한다. 그렇게 교회와 성소수자가 만날 수 있기 위해, 제임스 마틴 신부님은 ‘다리 놓기’를 제안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 다리를 놓을 수 있을까? 제임스 마틴 신부님은,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가르침을 인용하여, ‘존중’, ‘공감’, ‘민감함’이 우리가 놓으려는 다리의 토대가 된다고 말한다. 교회와 성소수자 공동체가 서로를 존중하고 공감하며 민감하게 대함으로써, 양쪽을 잇는 다리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리 위에서 함께 걸어가자고 우리 모두를 초대한다.
이 책의 장점은, 내용이 구체적 사례 중심이라는 것이다. 저자인 제임스 마틴 신부님이 사목자로서 성소수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느끼는 가운데 얻은 통찰이 담겨 있다. 추상적 이론이나 일방적 교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아픔을 보듬으며 길어 올린 깨달음이기에 더 값지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교회와 성소수자 공동체가 ‘신앙인’이라는 ‘공통 영역’ 안에서 자신과 상대를 바라볼 수 있도록 성경 구절을 소개하며 성찰과 묵상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공동체로부터 배척받고 거부당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입게 되는 상처를 극복하도록, ‘거부당했다고 느낄 때 드리는 기도’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성찰과 토론을 위한 여러 가지 질문들을 제시한다. 이와 같은 성경 구절, 기도, 질문들은, 본당이나 크고 작은 모임에서 ‘성소수자와 교회’라는 주제로 생각하고 기도하고 이야기 나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한국 가톨릭교회의 구성원들이 우리 곁 어딘가에서, 또는 보이지 않는 저 구석 어딘가에서,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을지 모를 성소수자들을 따듯한 마음으로 환대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이 작은 책이, 교회와 성소수자 공동체를 잇는 ‘다리 놓기’에 작지만 귀한 첫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Contents
개정 증보판 서문 _24
이 책을 쓰는 이유 _41
양방향 다리 _58
첫째 길: 교회에서 성소수자 공동체로 _63
둘째 길: 성소수자 공동체에서 교회로 _125
함께 다리 위에서 _169
성찰과 묵상을 위한 성경 구절 _174
거부당했다고 느낄 때 드리는 기도 _242
토론과 성찰을 위한 질문 _250
감사의 글 _269
Author
제임스 마틴,심종혁
예수회 소속 사제로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을 졸업하고 웨스턴 예수회 신학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후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여러 신문과 잡지, 웹 사이트에 글을 기고하며, 피정과 세미나 지도, 강연 활동 등 종교와 영성 분야의 논평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예수회 소속 사제로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을 졸업하고 웨스턴 예수회 신학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후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여러 신문과 잡지, 웹 사이트에 글을 기고하며, 피정과 세미나 지도, 강연 활동 등 종교와 영성 분야의 논평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