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히키코모리가 있다. 그는 물려받은 유산과 게임 머니로 생계를 유지하며 9년째 바깥세상과 고립된 삶을 살고 있지만 아무런 위화감도 불만도 느끼지 않는다. 이 평온한 일상에 어느 날 변화가 찾아온다. 문 밖으로 나가려 해도 계속해서 같은 방이 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 수백 번 문을 여닫아도 그는 이 닫힌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다. 순전히 자신의 ‘선택’에 의해 고립되었던 공간이 이제는 ‘강요’가 된 것. 그는 패닉 상태에 빠지지만, 이내 이 생활에 적응한다. 한정된 공간과 물질 속에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유희를 알아가고,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건강하고 금욕적인 인간을 거울을 통해 발견한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또 한 번의 혼란이 닥친다.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문이 다시 열린 것. 당혹감에 빠진 그는 고민한다. 저 문을 열고 나갈 것인가, 다시 스스로 갇힐 것인가.
『금요일』에 수록된 15개의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로 금기시되는 문제들이 고스란히 응축된 세계다. 그리고 이 각기 다른 색깔의 세계들은 매회 새로운 목소리로 독자에게 낯설거나 불편한 질문과 메시지를 던진다. 만화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살아온 작가가 처음 그려낸 이 작품은 ‘공포 만화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룰을 철저히 파괴하고 새로운 언어로 독자들을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불편하고 진한 공포감을 자아내는 『금요일』은, 어떤 의미에서 대중문화의 지루한 룰을 깬 문제작의 출현이라 할 만하다.
Contents
작가의 말
1부_DILEMMA
원룸 | 역행 | 도플갱어 | 알파 | 퍼펙트 월드
2부_IRONY
지아비 | 박싱 | 마마보이 | 순혈 | 불면증
3부_CHAOS
카르마 | 유령의 집 | 동호회 | 슈퍼히어로 | 리버스
Author
배진수
하이텔, 나우누리 등의 PC통신이 유행하던 고등학교 시절, ‘ZINUS’라는 닉네임의 아마추어 작가로 활동했다. 실력에 비해 과분한 인기를 얻었지만 스스로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 대학 입시 준비와 동시에 절필, 경북대학교 경제학부에 입학했다. 졸업 후 CJ그룹 제약영업부에서 몇 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불편함을 못 견디고 대책 없이 사표를 내던졌다. 이후 편의점 아르바이트, 피자 배달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시나리오 집필에 전념했다. 창작의 어려움에 거듭 부딪히던 어느 날, 그는 그동안 쓴 시나리오를 웹툰으로 재탄생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1년여간 ‘ZINUS 2.0’이라는 업그레이드(?)된 필명으로 다양한 사이트에 작품을 연재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과 고민, 수차례의 위기를 넘긴 끝에 마침내 네이버 웹툰 정식 연재 작가가 됐다. 『금요일』은 “조각나고 흐려진 꿈의 단편을 굳건한 의지로 끌어모아 빚어낸 뜻깊은 성찰물”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하이텔, 나우누리 등의 PC통신이 유행하던 고등학교 시절, ‘ZINUS’라는 닉네임의 아마추어 작가로 활동했다. 실력에 비해 과분한 인기를 얻었지만 스스로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 대학 입시 준비와 동시에 절필, 경북대학교 경제학부에 입학했다. 졸업 후 CJ그룹 제약영업부에서 몇 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불편함을 못 견디고 대책 없이 사표를 내던졌다. 이후 편의점 아르바이트, 피자 배달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시나리오 집필에 전념했다. 창작의 어려움에 거듭 부딪히던 어느 날, 그는 그동안 쓴 시나리오를 웹툰으로 재탄생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1년여간 ‘ZINUS 2.0’이라는 업그레이드(?)된 필명으로 다양한 사이트에 작품을 연재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과 고민, 수차례의 위기를 넘긴 끝에 마침내 네이버 웹툰 정식 연재 작가가 됐다. 『금요일』은 “조각나고 흐려진 꿈의 단편을 굳건한 의지로 끌어모아 빚어낸 뜻깊은 성찰물”이라고 작가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