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과 역사적, 정치적 분석을 연결하려는 슬라보예 지젝의 시도는 문화 현상 전반에 걸쳐 확대된다. 특히 그가 관심을 가진 영화 산업과 대중 매체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해석은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프랑스 문화와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가지고 지젝의 사상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실재계를 변증법, 문화, 성차이, 윤리학, 정치학의 프리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역사상 지젝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헤겔을 히스테리 환자로 여기지는 않았다. 『헤겔: 가장 숭고한 히스테리 환자』라는 그의 학위논문이 말해주듯이 지젝은 그의 정신분석학적 철학을 지탱해주는 두 기둥으로 헤겔과 라깡을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라깡 정신분석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인 실재계와 윤리학, 자유, 작인, 주체의 개념을 철학적 사유를 빌어 전개함으로써 정신분석학자인 라깡을 플라톤에서 시작하여 칸트와 헤겔에 이르기까지 서구형이상학의 전통에 자리매김하게 함으로써 라깡을 철학자의 전통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따라서 지젝을 읽는 독자는 덤으로 데카르트, 헤겔, 하이데거, 쉘링, 바디우, 데리다, 버틀러에 이르기까지 지적 향유를 누리게 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주요한 사상가중의 한 명으로 자리 잡으며 매년 새롭고 독창적인 저서로 우리 시대와 정신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지젝은 사라 케이 교수가 말한 것처럼 그가 변할 의도만 있다면 얼마 안 있어 그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