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문학 속에 구현된 ‘광기’의 테마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한 연구서로서, 18, 19세기 프랑스 문학, 그리고 18세기와 1920년대 개화기 한국 문학을 그 대상으로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광기는 이성의 대립항으로서 비정상적이고 배척해야 할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렇게 이성중심주의적인 사고에만 입각하여 인간을 해석할 경우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문학 속에 나타난 광기의 양상을 조망함에 있어 루소, 디드로, 발자크, 스탕달, 플로베르, 네르발, 모파상 등의 프랑스 작가들과, 박지원, 김동인, 염상섭 등의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 분석한다. 각각의 작가들과 작품들에 대한 세밀하고 탄탄한 분석들은 그 작가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광기와 싸우기도 했고, 거짓 광기로 위장해서 타락한 사회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거나 시대적 절망을 표현하기도 했으며, 또한 광기의 글쓰기를 통해 광기 속으로 도피하거나 정신적 파멸로 치닫는 삶을 견뎌내기도 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정신분석이론에 근거한 작품 분석뿐만 아니라 작가의 삶과 문학 간의 관계를 살펴본 작가론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광기가 문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광기와 문학의 상관성을 천착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이 책은 프랑스 문학에 국한하지 않고, 동시대 한국 문학의 분석을 함께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광기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연구한 이 책은 단지 광기의 문학적 의미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이 궁극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인간의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Contents
책머리에 - 광기의 문학을 위하여
서론 - 광기란 무엇인가?
1. 고대 중국에서의 광의 의미
2. 서구 전통에서의 광기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