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인간적인 품위를 갖추고 살기가 지독하게 힘들어지는 이 시대,
우리의 내면에서 낯선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공포와
그것이 극대화되어 악으로 전환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어떤 틀과 관점으로 타자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
혐오, 공포, 악의 상관관계를 날카롭게 파헤친 책
지금 대한민국은 병적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2017년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병적인 공포증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곳곳에 퍼진 포비아 현상을 보고 있다. 이러한 혐오의 정서는 미디어 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을 전염시키는 힘이 있고 확산된 혐오는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다시 공포의 감정으로 이끈다.
강한 것은 아름답고, 약한 것은 도태되어야 할 벌레들이라는 논리 속에서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선한 행동은 조롱받고 짓밟힌다. 이들에 대한 원색적인 조롱과 야유 속에서는 최소한의 배려와 윤리의식이 배제된 ‘악’이 탄생한다. 다시 말해, 내 몫을 부당하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도축장과 같이 무한 경쟁 속에서 피폐해지고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극한의 스트레스에서 나보다 취약한 타인에 대한 혐오가 나오고 이 혐오는 새로운 악의 모습을 띤다.
어쨌든 누나의 죽음을 통해 우리 모두는 다시 한 번 그때가 조금 늦을 뿐이지 우리 모두 그 길을 따라가리라는 걸 확인한다. 그러나 그 죽음은 아직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그때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는 ‘죽음’이 주는 추상적인 공포보다는 아파트 대출금, 카드 빚, 결혼, 아이의 탄생과 더불어 더욱 옥죄어 오는 노동의 고통과 생활고, 그리고 이 노예선에서조차 밀려나면 어디 빌어먹을 데도 없는 신세에서 오는 생활의 공포가 너무나 크다. 그리고 나. 나는 무엇을 하는 건가? 다니던 직장을 건강상의 문제로 그만둔 이후로 잡다한 알바를 하며 생활을 연명하는 나는, 노예선에 승선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남들이 흘리는 빵부스러기나 주워 먹고 다니는 짐승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라는 화두가 떠오르면 숨이 막히곤 한다. 차라리 죽고 싶다. 차라리 죽은 누나가 부럽다.
-1부 프롤로그 중에서
Contents
머리말
1부 공포가 철학을 만나는 시간
프롤로그: 죽음, 그 가장 원초적인 공포에 대하여
1장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공포
2장 공포란 무엇인가?: 공포에 대한 철학적 해석
3장 취약한 인간의 조건: 죽음을 의식하는 동물
4장 병적 공포가 사회를 잠식할 때
2부 공포와 혐오, 그리고 악의 소용돌이 속에서
프롤로그: 2017년, 대한민국을 휩쓰는 혐오의 바람 -벌레들의 시대
1장 혐오의 배후에는 공포가 존재한다
2장 공포, 혐오, 그리고 악의 상관관계
3장 두려운 낯설음: 내 안의 타자성
3부 공포와 미학
프롤로그: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고, 모든 것이 가능하고 그럴 듯하다
1장 공포의 정서가 예술을 필요로 하는 이유
2장 공포와 숭고: 비윤리적 미학적 쾌감으로서의 도착적 숭고
3장 공포와 혐오를 넘어서기: 여성적 숭고
4장 소수자를 위한 미학
맺음말
참고문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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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유서연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4대학 철학사과에서 베르그손 연구로 DEA 학위를 받고, 파리1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여성철학과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있으며,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달과 나무’ 객원연구원, 《여/성이론》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공포의 철학: 타자가 지옥이 된 시대를 살다》(2017), 《시각의 폭력: 고대 그리스부터 n번방까지 타락한 감각의 역사》(2021)가 있고, 옮긴 책으로 《20세기 서양철학의 흐름》(2006)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4대학 철학사과에서 베르그손 연구로 DEA 학위를 받고, 파리1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여성철학과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있으며,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달과 나무’ 객원연구원, 《여/성이론》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공포의 철학: 타자가 지옥이 된 시대를 살다》(2017), 《시각의 폭력: 고대 그리스부터 n번방까지 타락한 감각의 역사》(2021)가 있고, 옮긴 책으로 《20세기 서양철학의 흐름》(2006)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