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총상을 입고 기억을 잃어버렸던 사람이 25년 동안 절망과 싸웠던 희망의 기록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인 루리야의 이야기와 총상을 당한 당사자인 자세츠키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하며 서로 화답하는 듯한 형식으로 쓰여 있다.
전쟁 통에 머리에 총상을 입은 한 남자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에는 자기가 누구인지에 대한 기억을 비롯해 말과 글까지 잃었던 사람의 절망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심각한 기억 상실과 실어증을 앓고 있던 자세츠키가 기억과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기를 시도했다. 그것은 끔찍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더딘 작업이었지만 자세츠키는 불굴의 의지와 인내심으로 20년 넘게 무려 3천 쪽에 달하는 글을 써내려 갔다. 그가 이 작업에 매달렸던 가장 큰 이유는 그것들을 순서대로 배열해서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을 회복하고 재구성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을 통해 쓸모없는 인간에서 의미 있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인간의 삶은, 되돌아보고 진실로 기억되고 적절히 활용되기 전까지는 진정한 삶이 아니다”라는 보편적인 진리가 들어 있는 이 책을 통해 기억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것이며, 우리의 삶을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구성하면서 자기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Contents
올리버 색스 서문 - 따뜻한 인간애를 다루는 낭만적 과학의 고전
루리야 서문 - 25년 동안의 절망과 승리
자세츠키 서문 - 끝나지 않은 나의 싸움
세상이 망가지기 전에는
운명의 그날
자세츠키, 사망하다
세상이 변하다
루리야, 자세츠키를 만나다
루리야의 노트 No. 3712
루리야의 노트 - 자세츠키는 어디를 다친 걸까?
자세츠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반만 보다
엉덩이는 무릎 위?
여기가 어디지?
글을 잊어버리다
알파벳은 어려워
읽기보다 쉬운 쓰기
끔직한 머리 부상에 관한 이야기
살아가는 이유
1분짜리 기억력
개는 어떻게 생겼지?
고양이? 무쇠!
루리야의 노트 - 왜 단어를 기억하지 못할까?
무슨 말을 하려 했더라?
루리야의 노트 - ‘주인의 개’와 ‘개의 주인’?
지식은 사라져도 상상력은 남는다
끝이 없는 이야기
에필로그를 대신하여 - 전쟁이 없다면
Author
알렉산드르 로마노비치 루리야,한미선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신경심리학자이다. 그는 모스크바 동부의 작은 도시 카잔에서 태어나 19세에 카잔 대학(Kazan University)을 졸업했다. 대학 시절에 카잔 정신분석협회를 설립했고,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서신 교환을 하기도 했다. 1923년 그는 사고 과정과 반응 시간 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로 명성을 얻어 모스크바의 심리학연구소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그는 이곳에서 인간의 사고 과정을 분석하는 방법을 기술한 이른바 “연관 신경 방법(combined motor method)”을 고안했는데, 이는 최초의 거짓말 탐지장치의 원리가 되었다. 이 연구의 내용은 1932년에 미국에서 먼저 출간되었고, 러시아에서는 2002년에 와서야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1930년대 말에 루리야는 의과대학에 다시 진학했다(이는 부분적으로나마 스탈린의 대숙청을 피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의과대학에서 실어증을 연구하면서, 특히 언어와 사고와 대뇌 피질의 기능 간의 관계는 물론이고, 또한 실어증으로 인한 보상적 기능의 발달에 대해 주목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루리야는 육군병원의 연구팀에 가담하여 전투로 인한 부상으로 생겨난 정신장애의 치료법을 연구했다. 이때의 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훗날 ‘두뇌심리학(Neuropsychology)’이라는 새로운 심리학 분야를 창안하게 된다. 루리야의 대표적인 임상 사례 연구로는 무척이나 특이한 기억력을 지닌 사람 ― 실제 주인공은 러시아의 언론인인 S. V. 셰르솁스키(S. V. Shereshevskii)였다 ― 에 관한 내용을 다룬 이 책『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The Mind of a Mnemonist)』(1968)와, 전투에서 머리를 다친 이후에 부분 기억상실 상태가 된 사람에 관한 내용을 다룬 『조각난 기억력을 지닌 사나이(The Man with a Shattered World)』(1972)가 있다. 이 저서들에는 전통적인 연구 방법과 치료 방법을 조화시킨 루리야의 독특한 시각이 잘 드러나 있는데, 그의 이러한 방법은 20세기 후반 인지과학 연구의 모태가 되었다. 루리야는 훗날 모스크바 주립대학(Moscow State University)에 심리학과를 창설하고 그 교수진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에서 루리야의 업적이 더 널리 알려지게 된 데에는 신경학적 장애 사례에 관한 대중적 저서로 유명한 올리버 색스(Oliver Sacks)가 자신의 저술에서 종종 루리야의 이름과 업적을 언급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신경심리학자이다. 그는 모스크바 동부의 작은 도시 카잔에서 태어나 19세에 카잔 대학(Kazan University)을 졸업했다. 대학 시절에 카잔 정신분석협회를 설립했고,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서신 교환을 하기도 했다. 1923년 그는 사고 과정과 반응 시간 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로 명성을 얻어 모스크바의 심리학연구소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그는 이곳에서 인간의 사고 과정을 분석하는 방법을 기술한 이른바 “연관 신경 방법(combined motor method)”을 고안했는데, 이는 최초의 거짓말 탐지장치의 원리가 되었다. 이 연구의 내용은 1932년에 미국에서 먼저 출간되었고, 러시아에서는 2002년에 와서야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1930년대 말에 루리야는 의과대학에 다시 진학했다(이는 부분적으로나마 스탈린의 대숙청을 피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의과대학에서 실어증을 연구하면서, 특히 언어와 사고와 대뇌 피질의 기능 간의 관계는 물론이고, 또한 실어증으로 인한 보상적 기능의 발달에 대해 주목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루리야는 육군병원의 연구팀에 가담하여 전투로 인한 부상으로 생겨난 정신장애의 치료법을 연구했다. 이때의 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훗날 ‘두뇌심리학(Neuropsychology)’이라는 새로운 심리학 분야를 창안하게 된다. 루리야의 대표적인 임상 사례 연구로는 무척이나 특이한 기억력을 지닌 사람 ― 실제 주인공은 러시아의 언론인인 S. V. 셰르솁스키(S. V. Shereshevskii)였다 ― 에 관한 내용을 다룬 이 책『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The Mind of a Mnemonist)』(1968)와, 전투에서 머리를 다친 이후에 부분 기억상실 상태가 된 사람에 관한 내용을 다룬 『조각난 기억력을 지닌 사나이(The Man with a Shattered World)』(1972)가 있다. 이 저서들에는 전통적인 연구 방법과 치료 방법을 조화시킨 루리야의 독특한 시각이 잘 드러나 있는데, 그의 이러한 방법은 20세기 후반 인지과학 연구의 모태가 되었다. 루리야는 훗날 모스크바 주립대학(Moscow State University)에 심리학과를 창설하고 그 교수진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에서 루리야의 업적이 더 널리 알려지게 된 데에는 신경학적 장애 사례에 관한 대중적 저서로 유명한 올리버 색스(Oliver Sacks)가 자신의 저술에서 종종 루리야의 이름과 업적을 언급했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