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883년에 출간된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Golden Chersonese and the way thither의 국내 첫 번역서다. 1878년 12월 말부터 이듬해 2월 25일까지 홍콩, 광저우, 사이공, 싱가포르를 거쳐 당시만 해도 유럽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말레이 반도 서안의 말레이 왕국을 탐사하고, 예의 생동하는 필치와 뛰어난 통찰력을 유감없이 드러낸 여행서의 고전이다.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로 일찍부터 우리에게 비숍 여사로 널리 알려진 버드는 순종적 여성상을 미덕으로 삼던 빅토리아 시대에 단신으로 지구촌을 누비며 무려 15권의 책을 저술한 걸출한 여행 작가다.
7개월간의 일본 여행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가던 그는 사전 준비도 없이 황금 반도로 행로를 바꿔 또 다시 미답의 길에 들어섰다. 이 책은 예정에 없던 여로에 들어선 버드가 그 우여곡절과 감흥을 글로 옮겨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에게 열대의 정글에서 부친 절절한 편지다. 역사상 버드만큼 세상의 구석구석을 두루 여행하고, 지금도 읽히는 뛰어난 여행기를 많이 남긴 사람은 찾기 힘들다. 이 책은 그 가운데서도 백미라 할 만하다. 이 책에 견준다면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은 차라리 보고서에 가깝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