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미국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었는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미국 대통령 '윌슨'은 그의 이름과 민족자결주의로 기억되고 있지만, 서양인들, 특히 유럽인들에게 윌슨은 몬로주의에 충실히 고립적인 외교정책을 고수하고, 이상주의적인 평화주의를 고집하는 완고한 청교도 미국인으로 남아 있다. 1차 대전으로 유럽 전체가 도살장으로 변하고, 미국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참전과 불참으로 격렬하게 분리되어 있던 시점에 미국이라는 거대한 배를 한 곳에 정박시키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들고 있었던 사람이 바로 윌슨 대통령이었다.
윌슨은 연합군의 참전 호소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면 바로 전쟁이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차가운 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가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동등한 관계에서만 평화가 가능하다'는 그의 원칙에 따라 윌슨은 연합군과 동맹군측이 적절한 선에서 화해하고 평화를 찾기를 권했다.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나게 되면 패전국은 전쟁의 손해를 감당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전쟁 당사국들간의 긴장과 적대감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윌슨의 예견이었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의 예견은 옳았다.
그런데 어떻게 단호하게 참전을 거부하던 윌슨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1차 대전에 참전하게 되었을까. 오랫동안 이는 역사가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저자는 여기에 독일 외상 짐머만의 전보라는 '작은' 사건을 한 가지 해답으로 제안한다. 겉으로는 '작은' 사건이지만, 이것이 미국의 참전과 대전의 종전을 당기는 역할을 하게 된 경위를 설득하는 저자의 솜씨는 뛰어나다. 저자는 관련 국가들의 지도자와 각료들, 무대 뒤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던 의외의 나라들, 외교와 첩보의 경계를 넘나들던 외교관들, 제임스 본드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담한 첩보 활동과 그를 막아내려는 또 다른 첩보전, 암호해독에 얽힌 사연들을 세세히 알려준다. 그러면서도 기존 역사책의 무미건조한 서술 방법을 떠나 사건과 인물들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중요 인물들의 믿음직한 성격 분석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실감을 전달한다.
Contents
1. 전문(電文), 가로채다
2. 영리한 카이저와 황색위협
3. "당장 관세청을 점거하라"
4. 제 3의 파트너 - 일본
5. "폰 린텔렌입니다. 수백만이 지지하는…"
6. 판쵸 비야 만세! - 독일 제작품
7. "우리 친구 짐머만"
8. 함정
9. 전문, 보낸다
10. "내 평생 가장 극적인 순간"
11. 워싱턴의 전문
12. 믿을 수밖에 없는 일
역사책 저술로 두 번의 퓰리쳐 상을 받았다.첫 번째는 1962년에 발행된 제 1차 세계대전 연구서인『8월의 총성』(The Guns of August)이고 두 번째는 1971년에 발행된 제 2차 세계대전 중 중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스틸웰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Stillwell and the American Experience in China』가 그것이다.
1912년 1월 30일 뉴욕에서 태어난 바바라는 아버지는 은행가요, 출판업자요, 자선가로 미국유대인협회의 회장이기도 했고 그녀의 할머니는 주 터키 미국대사를 지냈으며 숙부는 루스벨트 대통령 밑에서 재무상을 지냈던 유명한 집안의 딸이다.
그녀는 1933년 월든 학교(Walden School)를 졸업한 다음 래드클리프 대학(Radcliffe College)을 졸업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던 The Nation 잡지에서 일했고 스페인 내전을 보도하기 위해 마드리드에 가기도 했으며 다른 잡지를 위해 여러 다른 사건들을 보도하기도 했다. 1939년 결혼해서 세 딸을 두었다.
터크먼의 저서로는 『The Lost British Policy(사라진 영국 정책: 1700년부터 영국과 스페인)』(1938), 영국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다룬 『Bible and the Sword』(1956), 1917년 미국의 참전으로 세계의 역사를 바꾸게 만든 짐머만 외상의 전보를 다룬 『The Zim mermann Telegram(짐머만의 전보)』(1958), 제 1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그 배경을 연구한 『The Guns of August(8월의 총성)』(1962), 제 1차 세계대전 발생 25년 전을 그린 『The Proud Tower(자만의 탑: 1890-1914 전쟁 전의 세계상)』(1966), 스틸웰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Stillwell and the American Experience in China, 1911-1945(스틸웰과 미국의 중국 경험, 1911-45)』(1971), 중국 여행기인 『Notes From China』(1972), 14세기를 그린 『A Distant Mirror(희미한 거울: 비운의 14세기)』(1978), 짧은 이야기 모음집인 『Practicing History』(1981), 역사적인 오류를 그린 『The March of Folly: From Troy to Vietnam(바보 행진: 트로이에서 베트남까지)』(1984), 미국혁명을 다룬 『The First Salute(최초의 경례)』(1988) 등 11권에 이른다.
터크먼은 언젠가 청중들 앞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 “작가의 의무는 독자의 관심을 붙잡는 것이다. 나는 독자들이 페이지를 넘기면서 끝까지 책을 읽게 하고 싶다.” 1988년 2월 6일에 코네티컷에서 세상을 떠난 그녀는 역사를 즐거운 읽을거리로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