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으로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삶과 애환을
절제된 언어로 승화시킨 여성 신예시인의 리얼리즘 미학!
계간 시전문지 《시인세계》 공모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한 여성시인 김시언의 첫시집 『도끼발』은 억압적인 현실 속에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놓치지 않았던 80년대 민중시와 닮아 있다. 그러나 2010년대 현실은 탄압의 주체가 선명했던 80년대보다 훨씬 더 교묘하고 은폐된 방식으로 차별과 억압이 행해진다. 억압하는 주체는 표면상 드러나지 않는다. 군사 정권이나 독재, 외세 같은 80년대식 ‘공공의 적’은 없다. 모두는 모두에게서 억압당하고 차별당한다.
김시언의 시는 인턴 사원, 식당 알바생, 외근을 전담하는 계약직, 영세 출판사 사원 등 각종 직장에 흩어져 있는 비정규직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 낸다.
Contents
1
반지하 등고선
내겐 닻나무가 있다
생각은 어깻죽지에서 나온다
나이테가 촘촘해진다
쿠쿠
아나콘다
계근대
서울역 빙어
집
어느 할머니의 자화상
무늬
사다리
2
도끼발[斧足]
외출
소파
횡보 선생은 어디에
문 많은 집
독감 예방주사
심해 오징어
봄꽃
길
필름에 새겨진 시간
섬
세병관
3
밥 짓는 꽃
바닷가 떡집
참치 기타
방풍나물
향
조팝나무
아코디언
물방울꽃
능소화
시월 오후 여섯 시 무렵
십일월
청려장靑藜杖
4
인턴
목소리를 조율하다
ㅋ
회사 방침
물 과장
인턴 기자
골똘하다
돼지 웃음
모르는 사람
김 차장은
슬리퍼를 신어도 될까요
모두는 모두가 아니다
어려운 계산
지시어에 들리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