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해온 물건들 하나하나가
서명이 없는 디자인이고 예술 작품이며,
반전을 숨긴 영화이자 책이다”
갓, 문, 한복, 호미… 일상 속 63가지 사물을 통해
이어령이 해독해낸 한국 문화와 디자인의 비밀
최근 K팝, K푸드, K콘텐츠 등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한국 문화의 원형이자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문화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어령은 일찍이 우리가 태어난 산하의 의미,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모른 채 살아가는 현 세태를 안타까워하면서 “제 것을 모른 채 살아간다면 새로운 삶과 지식이 열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사물을 통해 한국 문화와 디자인을 알아보는 『우리 문화 박물지』는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책이다. 옛것을 잘 알지 못하는 세대에겐 한국의 참모습을, K컬처 열풍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사람들에겐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하여 2007년 출간된 이후 수많은 독자들에게 한국 문화의 길잡이가 되어준 책을 새롭게 단장해 내놓았다.
평생을 한국의 문화 원형 연구에 힘쓴 이어령의 『우리 문화 박물지』는 갓, 거문고, 보자기 등 한국 고유의 생활용품부터 바지, 바구니, 종과 같은 동서양 공통의 발명품과 고봉, 한글 자모 ㄹ, 윷놀이 등의 무형 문화, 호랑이, 논길, 박과 같은 자연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63가지 유무형의 자산에 대한 탐색기이자 우리 문화 독해서다.
저자는 대대로 손때가 묻어온 물건에서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탐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물건이 갖는 상징성과 이데올로기적 메시지, 도덕성 등을 포착한다. 사전에서도 역사책에서도 읽을 수 없는 독창적인 문화 해석은 도구에 담긴 한국인의 모습과 생각, 혼과 마음을 읽어내려는 시도, 즉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지도를 만들려는 시도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동서양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창조적 상상력과 자유로운 사고방식은 우리를 문화 문맹에서 벗어나게 하고, 무의식에 잠들어 있던 한국인의 마음을 되살아나게 한다.
Contents
들어가며
가위_엿장수 가위의 작은 기적 | 갓_머리의 언어 | 거문고_누워 있는 악기 | 고봉_무한한 마음을 담는 기법 | 골무_손가락의 투구 | 나전칠기_어둠 속에 빛을 상감하는 법 | 낫과 호미_자기로 향한 칼날 | 논길_팽창주의를 거부하는 선 | 다듬이_악기가 된 평화로운 곤봉 | 달걀꾸러미_포장 문화의 원형 | 담_ 일인칭 복수의 문화 | 담뱃대_노인들의 천국 | 돗자리_하늘을 나는 융단 | 뒤주_집안의 작은 신전 | 떡_마음의 지층 | ㄹ_통합, 그리고 연속의 무늬 | 매듭_맺고 푸는 선의 드라마 | 맷돌_분쇄의 기술 | 무덤_죽음의 순서 | 문_문풍지 문화 | 물레방아_환상의 바퀴 | 미륵_50억 년의 미소 | 바구니_뽕도 따고 님도 보고 | 바지_치수 없는 옷 | 박_초가지붕 위의 마술사 | 버선_오이씨가 된 발 | 베갯모_우주와 사랑의 꿈 | 병풍_움직이는 벽 | 보자기_탈근대화의 발상 | 부채_계절을 초월한 아름다움 | 붓_정신의 흔적 | 사물놀이_우주와 사계절의 소리 | 상_억제와 해방의 미각 | 서까래_안과 바깥의 매개 공간 | 수저_짝의 사상 | 신발_문화의 출발점 | 씨름_긴장 속의 탈출구 | 연_빈 구멍의 비밀 | 엽전_우주를 담은 돈 | 윷놀이_우연의 놀이 | 이불과 방석_사람과 함께 있는 도구 | 장롱_심연의 밑바닥 | 장독대_가정의 제단 | 장승_수직과 짝을 염원하는 삶 | 정자_에콜로지의 건축학 | 종_여운을 만들어내는 정신 | 지게_균형과 조화의 운반체 | 창호지_나무의 가장 순수한 넋 | 처마_욕망의 건축학 | 초롱_밤의 빛 | 치마_감싸는 미학 | 칼_무딘 칼의 철학 | 키_이상한 돛을 지닌 배 | 탈_삶의 볼록거울 | 태권도_허공에 쓰는 붓글씨 | 태극_가장 잘 구르는 수레바퀴 | 팔만대장경_칼을 이긴 인쇄 문화 | 풍경_대기를 헤엄치는 물고기 소리 | 한글_기호론적 우주 | 한약_생명을 위안하는 상형문자 | 항아리_불의 자궁에서 꺼낸 육체 | 호랑이_웃음으로 바뀌는 폭력 | 화로_불들의 납골당
나오며
항목풀이
사진 출처 · 이 책을 만드는 데 도움 주신 분들
Author
이어령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문리대학보]의 창간을 주도 ‘이상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끌었으며, [한국일보]에 당시 문단의 거장들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발표, 새로운 ‘개성의 탄생’을 알렸다. 20대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두루 맡으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논객으로 활약했다. [새벽] 주간으로 최인훈의 『광장』 전작을 게재했고,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아 ‘문학의 상상력’과 ‘문화의 신바람’을 역설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여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기획자로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 ‘천지인’ 등의 행사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문화적 역량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취임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의 굳건한 터를 닦았다. 2021년 금관문화 훈장을 받았다.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지성의 오솔길』 『젊음의 탄생』 『한국인 이야기』, 문학평론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 문명론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가위바위보 문명론』 『생명이 자본이다』 등 160권이 넘는 방대한 저작물을 남겼다. 마르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창조적 상상력, 쉼 없는 말과 글의 노동으로 분열과 이분법의 낡은 벽을 넘어 통합의 문화와 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끝없이 열어 보인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2022년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문리대학보]의 창간을 주도 ‘이상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끌었으며, [한국일보]에 당시 문단의 거장들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발표, 새로운 ‘개성의 탄생’을 알렸다. 20대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두루 맡으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논객으로 활약했다. [새벽] 주간으로 최인훈의 『광장』 전작을 게재했고,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아 ‘문학의 상상력’과 ‘문화의 신바람’을 역설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여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기획자로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 ‘천지인’ 등의 행사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문화적 역량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취임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의 굳건한 터를 닦았다. 2021년 금관문화 훈장을 받았다.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지성의 오솔길』 『젊음의 탄생』 『한국인 이야기』, 문학평론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 문명론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가위바위보 문명론』 『생명이 자본이다』 등 160권이 넘는 방대한 저작물을 남겼다. 마르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창조적 상상력, 쉼 없는 말과 글의 노동으로 분열과 이분법의 낡은 벽을 넘어 통합의 문화와 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끝없이 열어 보인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2022년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