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후기 사상의 중심 이론인 ‘죽음충동’ 개념을 처음 제시했지만 정신분석의 역사에서 완전히 잊힌 한 여성이 있다. 융의 환자였던 그녀는 히스테리를 극복한 후,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정신분석가가 됐고,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을 모두 포용한 제3의 길을 모색했다.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를 통해 다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사비나 슈필라인이 바로 그녀다. 슈필라인이 때 이른 죽음을 맞지 않았다면 아마도 인간 정신을 탐구하는 대표적 두 이론―정신분석과 분석심리학―이 오늘날처럼 서로를 배척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내 무의식의 방》은 사비나 슈필라인이 걸었던 그 길을 ‘꿈 분석’을 통해 다시 모색하는 책이다. 정신분석과 분석심리학 모두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을 이해하기 위해 꿈을 심리 분석의 주요한 재료로 삼고,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를 공유하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정신분석학자인 저자는 오랜 시간 분석심리학을 공부하고 직접 분석을 받아본 후, 두 이론을 함께 사용할 때 더 큰 치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가 10년간 프로이트와 융의 조언을 가슴에 품고 써내려간 꿈 일기(55~266쪽)와 그 분석 과정을 《내 무의식의 방》에서 과감하게 공개하는 이유도 그 효과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무의식을 분석한 글을 공개한다는 것은 어쩌면 숱한 고백록의 저자들이 자기를 드러낸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도 대면하기 힘든 어둡고 상처 입은 내면을 가감 없이 세상에 공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꿈 분석 방법을 알릴 수 없다며 자기 꿈을 공개한 프로이트처럼, 저자도 용기를 냈다고 말한다. 이 책은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에서 시도했던 방식대로, 이론적인 내용보다 저자 자신의 꿈 분석을 포함한 실제 사례와 가상 사례 등 100가지 꿈 사례를 통해 대중에게 정신분석과 분석심리학을 겸비한 꿈 분석의 방법을 전수한다.
Contents
들어가는 글_ 기능형 인간의 고백
1부 프로이트와 융이 함께하는 꿈 분석 이야기
꿈, 심리 분석의 출발점 / 표상이란 무엇인가? / 정신분석적 꿈 분석 / 분석심리학적 꿈 분석 / 꿈 분석의 단계들 / 단편적인 꿈 분석-지금 나의 문제는 무엇인가? / 장기간의 꿈 분석-내면의 성장을 위하여 / 꿈 일기, 자기 변화의 기록 / 꿈 분석, 변화를 위한 첫 단계 / 프로이트와 융의 만남
2부 꿈 분석 사례
꿈 일기 1(2004년 11월~2005년 10월) / 꿈 일기 2(2013년 3월~2014년 6월) / 프로이트의 꿈 분석 사례들
3부 꿈 분석 가상 사례 꿈에 상한 라떼를 마셨어요 / 이미지에 살고 이미지에 죽는 그녀 / 나는 부엌데기-환상 가로지르기 / 우유부단 씨 머리에서 김나는 날 / 문에 자물쇠가 채워져서 방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 이과를 갈까, 문과를 갈까? / 가위눌리는 꿈 / 꿈에 뱀이 나왔어요 / 나쁜 남자 떠나기 / 기계가 되는 꿈 /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 일이냐 삶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사고형 대 감정형, 나는 어느 쪽일까? / 직관형 대 감각형, 나는 어느 쪽일까? / 히스테리 탈출기 / 강박신경증 탈출기 / 황폐한 풍경이 나오는 꿈 / 상실과 애도 / 내면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꿈 / 인생 제2부, 또 하나의 방향성을 찾아서 / 속지 않는 자의 오류 / 가만히 있지 않는 사람들의 무기,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