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근현대사의 주요한 인물과 사건에 대한 재평가 논의가 활발하다. 과거 청산과 역사 재평가가 사회적인 쟁점으로 떠오른 지금, 역사를 성찰하고 해석해야 하는 역사가는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 중국 사상사 전체를 관통하여 독자적인 역사론과 방법론을 전개해온 것으로 평가받는 <문사통의>에서 우리는 그 실마리를 찾게 된다. 18세기 중국의 진보적인 역사학자 장학성은 역사 기술 방법만을 중시한 기존의 역사학에 역사의 지향성, 즉 사의를 중심으로 한 역사학의 방법론을 제안한다. 그는 역사가는 변화무쌍한 역사 과정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덕을 갖춘 뒤 덕을 바탕으로 역사를 기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의 지향성이란 덕에 뿌리를 둔 독창적 관점에서 시대정신을 보는 것이라는 그의 역사론은 역시 재평가 논의가 뜨거운 우리 사회에 역사학이 나아갈 바를 제시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