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에서 기라는 개념은 문명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이 개념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실생활과 관련한 수많은 어휘들 속에 살아 숨쉬고 있으며, 생산성을 담보한 문화적 코드다. 그러나 이 것에 대해 우리는 그다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다. 그동안 단순한 수양이나 치료라는 소극적인 체험적 접근 외에 개념에 대한 정립이나 설명이 체계적으로 전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북송 시대의 철학자 장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기 개념을 가장 모범적이고 체계적으로 논증했던 그는, 기를 중심으로 인간, 세계, 자연을 이해하고자 했다. 그에게 기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계를 역동적, 상관적으로 이해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개념이다. 장재 사상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중국 근세철학의 사상적 연원을 확인하고, 정통 주자학에 편중해 있는 한국 성리학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대해보는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