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시학

문학은 현재의 위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답을 해야 한다. 그 응답은 새로운 동일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동일성은 불화 위에 서 있고, 그것을 양식으로 자신의 존재성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불화가 감지될 때마다 동일성에 대한 열망이 더욱 불타오르는 것은 모두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동일성은 조화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영원성이다. 조화의 건너편에 놓여 있는 것이 불화와 갈등이다. 자아와 세계의 갈등, 본질과 실존의 갈등, 현실과 이상의 갈등이 모두 이 영역에 포함되어 있다. 이런 갈등과 불화의 건너편에 우리가 늘상 찾아왔던 영원의 감각이 놓여 있다. 서정시는 지금껏 그러한 조화, 영원을 회복하기 위해 굳건히 걸어 왔던 것이다.

이제 서정시는 이러한 도정과 더불어 새로운 도전 앞에 놓여 있다. 인간의 욕망이 저질러놓은 코로나 팬더믹이라는 이 불온의 상황을 극복해야 할 임무가 있는 것이다. 그 바이러스의 원인이 먹고자 하는 소비충동에서 형성된 것이든, 아니면 불온한 목적에 의해 길러진 것이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에 대한 치유는 동일성을 향한 전략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아와 세계, 본질과 실존, 현실과 이상 사이에 내재된 불화는 이 동일화를 향한 열망과 전략에 의해서만 무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잃어버린 일상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향한 도정이 지금 여기의 서정시에 요구되는 강력한 기제들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