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은 1930년대의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해방, 전쟁, 산업화, 독재 등 한국 근현대사의 가파른 변모를 매우 낮은 위치에서 체험했던 시인이다. 그가 자연과의 동일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지향하고자 했던 까닭은 이런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박재삼이 슬픔의 정서를 기저로 해서 사랑이나 연민, 그리고 한 등을 끝끝내 붙잡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꽃이 피는 것을 보니 봄인 줄 알겠다. 우리의 사막에도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그런 봄이란 박재삼이 평생 일구어내고자 했던 슬픔의 정서, 다시 말해 공유의 정서가 상호간에 스며들 때 가능할 것이다. 여린 풀이 헐거운 땅을 뚫고 고개를 내밀 듯, 우리도 서로의 결계를 풀고 호흡을, 체온을 나눌 수 있는 때가 빨리 오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해 본다.
Contents
1장. 한의 정서와 삶 11
1. 아버지의 자리와 ‘핏빛’ 한 13
2. ‘어머니’를 통한 한의 원체험 19
3. 가난을 초월하는 가족 간의 사랑 24
4. 가장으로서의 무게와 한 29
5. 삶에 대한 의지와 성실성 38
6. 죽음을 수용하는 태도 48
2장. 사랑의 정서와 세계인식 53
1. 시세계와 정서 고찰 55
2. 사랑 구현과 심층 심리 66
1) 자연애와 인간애 66
2) 내적 인격과 외적 인격 68
3. 무의식 층위의 사랑 74
1) 부재와 상실의 모성 이마고 74
2) 눈물과 아득함의 연인 이마고 97
4. 의식 층위의 사랑 124
1) 페르조나에 대한 의식과 아니마와의 갈등 124
2) 유한한 삶에 대한 비극적 인식과 극복 145
5. 사랑의 구현 양상과 그 의미 172
3장. 연민의 정서와 비판의식 177
1. 현실인식의 문제와 연민의 정서 179
2. 유년에 대한 기억과 무구한 존재에 대한 연민 184
3. 설화적 여성 인물과 타자화된 존재에 대한 연민 195
4. 메저키즘적 구도와 하층민에 대한 연민 206
5. 서정성과 현실 비판 218
4장. 슬픔의 정서와 온전성에 대한 지향 223
1. 슬픔의 정서에 대한 시각 225
2. 심미적 지평으로서의 슬픔의 지대 228
3. 윤리적 감각으로서의 슬픔과 그 역설적 힘 243
4. 본질 탐구와 근원 지향으로서의 슬픔 258
5. 슬픔의 정서와 그 의의 271
5장. ‘마음’과 서정적 동일성의 세계 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