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

당신과 내 삶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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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8967357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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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0/03/16
Pages/Weight/Size 135*200*19mm
ISBN 9788967357627
Categories 에세이
Description
사람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삶을 품는다
타인은 내가 되고 나는 타인이 되는 따뜻한 기록

글항아리에서 기록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아주 보통의 글쓰기’ 시리즈의 제3권으로 『쓰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를 펴냈다. 2002년 느닷없이 식당 주인이 된 60대 여성이 이 책의 저자다. 그녀의 나이 쉰한 살 때였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나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렇게 얇고 자그마한 에세이 한 권을 갖게 되었다. 식당이 안정을 찾고 돈도 좀 벌고 난 이후인 2016~2019년 마음먹고 인생을 돌아보며 쓴 글들이다. 전라남도 광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틈틈이 사람들을 관찰했다. 어느 날 식당 밖을 보니 데크에서 쉬고 계신 할머니는 저자의 스무 살 시절 세상을 뜬 증조할머니와 닮아 있었고, 흰 수염이 많은 넉넉한 몸피를 지닌 할아버지는 헤밍웨이의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누구누구를 떠올리게 하는 무수한 사람이 왔다 갔다. 그 사람들은 곧 그녀의 삶에 스며들었고, 자신의 옛 삶과 함께 노트에 적혀 내려갔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소설을 쓰고 싶었으나 쓰지 못한 한恨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한두 편만 읽어봐도 이 책의 대사와 묘사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리라.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솜씨라든지, 딴 데 쳐다보며 묵직한 어퍼컷을 먹이는 듯한 통찰도 곳곳에 녹아 있다.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품은 기억대로, 담긴 풍경대로 쓰고 있지만 3년 묵은 오모가리처럼 잘 익은 문학이다.
Contents
머리말

1부 이런 사람들
우리 성님 | 서옥렬 선생 | 동아실 아짐네 여시 | 연희야, 연희야 | 유정 할머니 | 방촌댁 | 다미아노 | 세라피나의 모시적삼 | 유딧 | 순조 | 카바레의 역사

2부 엄마는 그런 사람이었지
엄마의 가출은 장독대까지 | 아슬아슬한 고부 삼대 | 니 미 | 할머니와 어머니 | 소캐 같은 년 | 네가 살다 온 곳이 어디냐 | 나, 마늘 캐야 한다 | 내 생일 | 병동 | 엄마, 미안해 | 풀전 | 회충약 엄마 주려고 | 딸의 후회

3부 되돌아보는 삶
1980년 5월 | 5·18의 한가운데를 우리는 수수방관자로 살았다 | 말이라도 하고 싶은 날, 간첩 | 반칙왕을 고발한다 | 나는 | 고모라도 왔으면 했던 가을 | 흉통의 이유 | 의기양양 막내 이모 | 실연 | 이게 나라냐 | 추억이야! | 이야기해줘요 | 내 고향 여름 | 토마토를 애도함

4부 이렇게 살아요
날벌레 | 흰니 | 기도 | 조청 | 제사 | 구인광고 | 다짐은 어디에 두고 | 편하게 해주는 손님 | 고백 1 | 고백 2 | 고백 3 | 고백 4 | 누님 | 어버이날 | 그 아이 | 이제 다른 곳을 봐 | 추석 | 양말

5부 두고 온 시절
아버지 기억 | 너나 잘 살어라이 | 그때 그 마을 | 약수터 | 달콤한 역사 | 택시 속의 변사 | 내 거래처에 책 팔아줄게 | “거그 부자 되면 뭣하냐” | 숙이에 대해 떠들어댔다 | 시집살이 딸 보러 온 할머니와 어머니 | 불의 기억 | 대밭이 있던 사람은 안다 | 짚시랑물 조심해라 | 고요한 정읍, 고요했던 이모 | 1977년 | 세상사 | 맞선의 추억 | 봄조차 가려 하는군요 | 배 봉지가 된 일기장 | 역사는 흘러가고 | 무슨 가풍을 익힌다고
Author
이혜숙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소설가가 된 후배 김씨에게 나도 소설 쓰고 싶다 했더니 비웃었다. 그래도 되고 싶은 것은 소설가였다. 광주여자고등학교 다닐 때 뭔가를 쓰느라 원고지가 쌓인 것이 책상 한가득이었다. 그러나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할머니의 표현은 “꼭 관청의 사다리처럼 키는 큰 것이 해질 때 왜 우두커니 서 있냐”였다. 식구들을 불안불안하게 했던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다섯 낳았다.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를 빌리자면 너무 많은 아이를 낳아 묶여버린 셈이다.

영특하다고 여기던 첫째 아이를 등굣길에 잃고 ‘그늘의 버섯’으로 불리던 무난했던 삶은 크게 조롱받았다. 여름에 문을 열지 않아도 더운 줄 모르던 시기를 겪으며 늘 신의 공격을 받을까봐 불안해했다. 정신적 불안이 회복되고 나서 다니던 광주 학생독립운동 도서관에서 ‘글사랑 독서회’라는 책 읽기 모임을 만들었다. 가톨릭센터에서 한 문학 계간지에서 본 김유택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소설 모임을 만들었다.

의욕은 있으나 결과가 지지부진할 때 독서회 출신 몇 명과 음식점을 열었다. 음식점은 성공했지만 내가 뭘하고 있는 건가 싶어지면서 문득 놓아버린 글쓰기가 아쉬었다. 그래서 틈나는 시간에 내가 만나온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썼다. 컴퓨터를 들여놓을 생각은 못했다. 밥 먹으러 온 손님들의 눈에 가소롭게 보일까봐였고, 휴대전화에 자판기를 연결해 몰래 한 줄 한 줄 써내려갔다. 그렇게나마 스스로를 위로했던 시간이었다.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소설가가 된 후배 김씨에게 나도 소설 쓰고 싶다 했더니 비웃었다. 그래도 되고 싶은 것은 소설가였다. 광주여자고등학교 다닐 때 뭔가를 쓰느라 원고지가 쌓인 것이 책상 한가득이었다. 그러나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할머니의 표현은 “꼭 관청의 사다리처럼 키는 큰 것이 해질 때 왜 우두커니 서 있냐”였다. 식구들을 불안불안하게 했던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다섯 낳았다.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를 빌리자면 너무 많은 아이를 낳아 묶여버린 셈이다.

영특하다고 여기던 첫째 아이를 등굣길에 잃고 ‘그늘의 버섯’으로 불리던 무난했던 삶은 크게 조롱받았다. 여름에 문을 열지 않아도 더운 줄 모르던 시기를 겪으며 늘 신의 공격을 받을까봐 불안해했다. 정신적 불안이 회복되고 나서 다니던 광주 학생독립운동 도서관에서 ‘글사랑 독서회’라는 책 읽기 모임을 만들었다. 가톨릭센터에서 한 문학 계간지에서 본 김유택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소설 모임을 만들었다.

의욕은 있으나 결과가 지지부진할 때 독서회 출신 몇 명과 음식점을 열었다. 음식점은 성공했지만 내가 뭘하고 있는 건가 싶어지면서 문득 놓아버린 글쓰기가 아쉬었다. 그래서 틈나는 시간에 내가 만나온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썼다. 컴퓨터를 들여놓을 생각은 못했다. 밥 먹으러 온 손님들의 눈에 가소롭게 보일까봐였고, 휴대전화에 자판기를 연결해 몰래 한 줄 한 줄 써내려갔다. 그렇게나마 스스로를 위로했던 시간이었다.